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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니제주 김철휘 Jul 31. 2020

제주 관광객은 왜 치킨전문점을 방문하나?

제주 관광객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본…

용두암 주차장 (출처: 연합뉴스)


제주를 찾은 관광객 통계를 보면 7월 1일부터 29일까지 90만 명 남짓입니다. 2019년에 100만 명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전년대비 90% 수준의 관광객들이 제주를 방문했다는 이야기이지요. 국내외 코로나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음을 감안할 때, 해외여행 수요의 대부분이 국내여행으로 발길을 돌린 듯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들어오는 관광객들은 많은 데 용두암 등 유명 관광지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주에 도착하면 꼭 한 번 들리던 곳인데 그 많던 여행객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호캉스’가 트렌드라 모두 호텔에만 ‘콕’하고 박혀 있는 것일까요?


물론 제주의 4-5성급 호텔을 중심으로 많은 여행객들이 호텔 안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곤 합니다. 하지만 여행의 패턴과 인기 여행지가 달라졌을 뿐, 여전히 많은 수의 관광객들이 제주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 건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여행객들이 제주에 와서 주로 방문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그리고 어떻게 여행을 할까요?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5월에 제주관광공사가 작성한 “제주 방문 관광객 이동패턴 빅데이터” 리포트를 참조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우선, 본 리포트는 SK 내비게이션 데이터, 공공 와이파이 데이터, 버스 승하차 태그 데이터를 기준으로 작성되었다고 합니다. (기간: 2019년 6월~12월) 


출처 : 제주 방문 관광객 이동패턴 빅데이터 분석 (제주관광공사)

리포트에 따르면 그림처럼 제주 여행은 8곳의 클러스터(지역단위)에 집중되어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여행지가 해안가를 끼고 있습니다. 인근 클러스터로부터의 유입보다는 공항에서 바로 해당 클러스터로 들어와 지역 내 중심으로 관광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지역 간 이동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각각의 클러스터를 이용한 여행객들의 취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클러스터 1(제주공항 인근)
 – 치킨 음식점에 대한 정보 탐색이 높음
 – 분식과 할인점에 관한 정보 탐색이 높음
 – 클러스터 2에서 1로 이동시 – 재래시장, 농수축산물 정보 탐색이 높음


클러스터 2(함덕해변)
 – 해수욕장, 콘도/리조트, 카페/치킨/패스트푸드 탐색


클러스터 3(성산일출봉, 섭지코지)
 – 항구, 콘도/리조트, 오름, 치킨 음식점 탐색 높음
 – 클러스터 1에서 3으로 이동시 수족관, 화랑/전시관 검색 높음


클러스터 4(표선해변)
 – 호텔, 민속마을, 전문음식점, 치킨 음식점


클러스터 5(서귀포 구시가지)
 – 폭포/계곡, 호텔, 치킨 음식점, 재래시장, 분식


클러스터 6(중문 관광단지)
 – 호텔, 치킨 음식점, 관광명소, 박물관/기념관, 해수욕장, 면세점


클러스터 7(협재, 금릉)
 – 해수욕장, 카페, 치킨 음식점


클러스터 8(곽지-한담 해변)
 – 카페, 해수욕장, 치킨, 전문음식점, 제과, 여행/레저


우선 8개의 지역이 모두 과거 수십 년간 제주의 관광을 책임져온 곳들입니다. 단체여행객들을 중심으로 또는 SNS를 중심으로 오버 투어리즘이 예상되며 지속 가능한 관광산업을 위해 편중된 관광자원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각각의 지역 안에 치킨 음식점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사실입니다. 제주는 해가 떨어지면 놀거리 관광거리가 무척이나 부족한 관광지입니다. 여행객들에게 주어지는 여행지의 밤이란 길기만 합니다. 그 기나긴 밤을 달래줄 대상이 치킨과 맥주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제주는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도 아닐뿐더러 그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입니다. 해외 유수의 관광지처럼 야간관광에 대한 개발과 홍보가 절실해 보입니다. 


서두에 이른 것처럼 관광지간 분리와 단절을 극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중교통수단을 확충하고 지역 간 문화/이벤트를 연계해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해안지역을 벗어나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한 관광자원 개발과 마을과 지역민들과 협력해 체험형 여행상품을 새롭게 선보이는 것도 좋겠습니다. 최근 슬로 여행 트렌드에 맞는 힐링, 체험, 액티비티 상품 개발을 위해 로컬 크리에이터의 육성과 콘텐츠 개발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보고서에서는 구체적인 점포들이나 관광지에 대한 언급은 없으나 지역 내 관광객들의 빅데이터 분석을 좀 더 세분화하여 고객들의 동선을 파악, 개별 관광객의 동선에 맞춘 추천 시스템을 개발해 봄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관광지, 음식점, 숙박시설, 렌터카를 연계한 스탬프 투어나 여행객들이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는 투어패스 상품도 만들어 제안한다면 천편일률적인 제주관광 콘텐츠에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관광업에 오랫동안 몸 담아온 사람은 아니지만 십 수년간 제주를 방문하고 제주가 좋아 제주로 이주한 애정 어린 시각에서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보다 세부적인 보고서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https://ijto.or.kr/korean/Bd/view.php?btable=policy&bno=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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