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꼬다리의 꼬다리
아침에 일어나니, 부엌에서 착착 감기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김밥을 말고 있었다.
‘오늘 무슨 날인가?’
그냥 그런 날인데, 괜히 마음이 숙연해진다.
잠시 후, 접시 위 김밥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다.
가운데 토막은 반듯하고 보기 좋다.
끝에 있는 꼬다리는... 좀 투박하다. 김밥계의 막내 같달까.
보기엔 수수하지만, 속은 제일 꽉 찬 토막.
‘오늘은 뭘 먼저 먹을까?’
가운데의 고운 단면도 좋지만,
입안 가득 재료가 밀려오는 꼬다리의 묵직한 맛도 끌린다.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할 때처럼,
젓가락을 들고 잠시 멈칫하게 된다.
그때, 문득 스쳐가는 얼굴 하나.
대학 1학년 때 만났던 한 학생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잘 보지 않거나 지나치는 것을 슬그머니 챙기던 아이.
친구들과 분식집에 갔을 때 예쁜 토막들이 먼저 사라지기 시작하면,
남은 꼬다리를 아무렇지 않게 집어 먹던, 조용한 배려의 친구.
사회에 나와서도 그런 사람을 종종 본다.
첫인상은 투박하고 눈에 띄지 않지만,
정작 가장 많은 걸 껴안고 있는 사람.
자기 몫 이상으로 주변을 챙기고,
누군가 힘들 땐 말없이 옆에 있어주는 사람.
꼬다리처럼 속은 묵직하고, 마음은 따뜻한 사람.
요즘엔 그런 꼬다리의 가치를 아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세상이 조금씩 더 따뜻해지고 있다는 징조일까?
나는 운이 좋았다.
치열한 꼬다리 경쟁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김밥 꼬다리 같은 사람을 만났다.
대학 1학년 때 만난, 남들보다 먼저 꼬다리를 먹던 그 여학생과 결혼했고,
지금은 아내의 꼬다리가 되어 살아간다.
나는, 참 운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