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술 한잔 하시는 날 어김없이 자신의 인생은 우여곡절이 많아 책 한 권으로 부족하다고 푸념을 늘어 노셨다. 그간 별생각 없이 흘려들었던 아버님의 말씀이 37살이 되던 해. 왜 이렇게 생각날까?
평소 생각이 많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형언할 수 없을 복잡하고도 묘한 느낌이 지속된다. 어린 시절 겪었던 질풍노도의 시기와 비슷할까? 겪어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중년의 위기(Middle Life Crisis) 속 공허함을 미리 겪는 듯한 느낌이 이러지 않을까.
치열한 취업 경쟁을 뚫고, 나름 대기업 계열사 입사했을 때만 해도 여느 사회 초년생처럼 제 인생의 앞날은 장밋빛으로만 가득할 줄 만 알았다. 하지만 10여 년 가까운 직장생활 동안 봐온 거라곤 매년 임원 발표 끝난 뒤, 추운 겨울 반(?) 야반도주로 사라지는 임원들과 대단하기만 보였던 선배들의 별반 다를 거 없는 비루 함이었다.
익숙한 사무실에서 "공채" 신분과 조직에 대한 Loyalty로 무장한 채, 버티다 보면 어느새 반대급부로
작은 長이 되고, 또 버티다 보면 더 큰 長이 되고 나서 앞선 선배들처럼 지내다가 결국 초라하게 사라지겠지.
뭐든 책을 통해 배우는 어설픈 선비 기질 덕분에 공허한 감정을 달래고자 부쩍 책을 많이 찾았는데. 그러던 와중 "매일 아침 써봤니"<김민식 저>을 보고 나서 매일 메모하고, 주변과 내 생각과 지식을 공유하면서, 정작 글쓰기 위해 더 열심히 살게 되었다는 저자의 친근한(?) 메시지가 참 "적절"하게 가슴에 닿았다.
아직 글쓰는게 어색하지만, 늦게 배운 글쓰기가 참 좋다. 누가 알겠는가 김민식 저자의 말처럼 필자 같은 평범한 직장인도 작가의 길을 걷게 될지도.
앞으로 직무 이야기와 각종 트렌드에 대한 생각을 담담하게 공유할 생각이다. 겸사겸사 안부전화가 너무 없다며 휴대폰 연락처에 "해외동포"로 아들을 등록하신 어머님에게도 필자의 일상을 공유할 수 도 있으니 일석이조이겠다. 이 글을 보시게 될지 모르지만, 글쓰기의 매력을 소개해준 김민식 저자 님께도 짧게나마 감사인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