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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과장 Aug 07. 2021

벼락 거지가 글쓰기 시작하다.

글쓰기는 치유다

얼마 전 영끌로 집을 샀다는 가까운 친구가 필자 근황을 묻는다. "요즘 브런치에 글 있어"

대답과 동시에 스스로 어이없는 흐름에 멋쩌케 웃었고, 친구도 따라 웃는.


그간 '양질 전환'이라는 인생 모토 아래, 필자는 야자에서 야근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움을 견뎌냈고, 맞닥뜨린 수많은 경쟁에서도 근성을 보이며 버텨내 왔다. 소위 SKY 명문대학은 못 갔고, ""자가 붙는 전문직은 아니지만 대기업 10년 차 직장인으로서 나름 만족스러운 삶이라고 자평하며 살아온 이유다.


연일 미디어에서 퍼 나르는 아파트와 주식값 고공행진 소식에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느낌이 몸속에 스멀스멀 가득 차기 시작한 건 불과 1전쯤부터였다. "두 분이 버시니, 금방 집 한 채 사겠어요" 전세로 이번 집으로 이사 올 때, 대기업 맞벌이 부부라며 무심코 건넨 중개인의 인사 멘트까지 거슬린다. 소시민 부모님 가르침에 따라, 어딜 가든 주어진 일만 묵묵히 해 왔는데,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었다. 불안한 샐러리맨 신분 그리고 걱정이 취미인 성격 탓에 불쾌한 감정은 매일 끝도 모르게 증폭되어 갔다. 무언가가 필요했다.


타인을 보고자 함은 공감, 자신을 보는 건 성찰, 사물을 보는 건 호기심, 미래를 보는 건 통찰이라 했다.

                                        강원국의 글쓰기 중 <강원국 저> 


우연한 계기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지금은 어떻게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조차 생각이 안 난다. 그래도 확실한 건, 매번 글쓰기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경험을 이어간다. 필자에게 글쓰기는 마치 혼자 요가를 하면서 안 쓰던 근육을 이완시켜 주고, 잘못된 자세로 뭉친 피로를 풀어주는 행위와 같다. 한참을 홀로 끄적이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잡념이 사라진다. 그러다 점차 한 없이 작았던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변이 보인다. 이내 불필요한 미래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마저 사라진다. 독실한 불자 신도인 어머님이 불경을 필사하는 이유가 마흔이 가까워지자 글쓰기를 접하면서 겨우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오늘도 출근과 육아로 바쁜 일상 속 잠시 짬을 내어 휴대폰저장해 둔 설익은 초안을 꺼내 끄적거려본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 사진 출처 : 월간 불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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