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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과장 Jul 01. 2023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 테니스

육아 대디의 슬픈 테니스 사랑

출퇴근, 육아로 이어지는 무한 반복의 건조한 일상 속, 테니스는 필자가 누리는 유일한 즐거움(樂)이다. 첫째가 5살 되던 올해부터 육아는 한결 수월해졌고 느슨해진 와이프 경계를 틈타 주 3회 정도 새벽, 저녁 테니스를 즐겼다. 운동 후 환한 필자의 표정을 볼 때면, 와이프는 통 이해할 수 없다듯이 묻는다  


"피곤할 텐데 쉬지... 왜 그렇게 테니스가 좋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대부분의 일상을 보내는 사무실에서 재미라곤, 기껏해야 오피스 가십거리뿐. 열정에 충만해 새로운 일을 벌였다간 공공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언제부터 인가 사무실에서 어딜 갈 때면 카펫 바닥을 보면서 걷는 게 편하다. 시나브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에 능숙해져 간다. 오후 5시 사무실 전제 소등이 퇴근 시간을 알려주면 모두들 하던 업무를 급하게 마무리한다. 필자도 눈치껏  타이밍을 재다 조용히 퇴근한다.  


"징징" 퇴근길 핸드폰 캘린더 알람 진동이 오늘의 테니스 운동 모임을 알려준다. 서둘러 도착한 테니스 코트 초입부터 하드코트 위 테니스화 마찰 소리가 들린다. 아드레날린이 붐비되기 시작하고, 온몸에 전율이 돈다. 테니스가 뭐길래?


테니스는 솔직하다. 공과 라켓면 스폿에 정확히 맞으면 전달된 힘의 반작용으로 공은 네트 너머로 빠르게 날아간다. 다시 준비 자세를 취하고 상대방 리턴을 준비한다. 테린이 복식 게임에서 시원한 샷 한 두 개만 나와도 족하다. 어느덧 예정된 2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흘린 땀만큼 복잡했던 머릿속도 맑아진 기분이다.


테니스 자세 정석, 로저 페더러

회사에서 얻은 스트레스 원인은 대부분은 사람이다. 반면, 코트에서 사람을 만나는 건 늘 즐거운 일이다. 테니스 룰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바로 '매너'다. 룰과 에티켓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첫 서브 상대편에게 간단한 인사를 하고 게임 중 불필요한 제스처로 상대방을 자극하는 일은 없다. 우리 팀 득점 성공에 파이팅을, 상대방 실수에는 격려를 보낸다.


어려운 난이도도 빠질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요즘 테니스 열풍이다 보니, 구력과 무관하게 매일 운동하는 1년 미만 열정러 중에도 테린이 경지를 훌쩍 넘는 분들 많다. 필자는 라켓을 잡은 지도 한참 되었어도 그간 육아나 야근 때문에 주 1회 운동도 어려웠던지라 가끔 구력에 관한 질문에 괜히 쭈뼛거리게 된다. 그래도 최근 확실히 운동 빈도가 늘어나다 보니, 실력도 꽤 좋아졌다.


탄천실내테니스장(출처:직접촬영)

이제 사무실, 집, 테니스 코트로 일상의 밸런스가 자리 잡혀 갈 무렵, 우리 부부에게 꽃처럼 어여쁜 여자 아이가 생겼다. 계획에 없던 둘째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아니러니 하게도 "이제 테니스 어떡하지?" 말 못 할 걱정이 생겼다. 얼마 전 조리원에 돌아온 와이프와 생후 1개월 아기에 정신이 없다. 삶이 180도 바뀌었다. 눈은 늘 충혈되어 있고, 새벽 시간대 아기 울음소리에 신경은 곤두서있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적극적인 육아 가담에 아내도 만족한 듯 보인다. 희망이 보였다. 그래도 조급해하지 말고 스스로 다독인다.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데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언제일까?


여보... 할 말 있어... 테니스 좀 치고 와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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