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구 Sep 25. 2019

그 시절 계약했던 타운하우스 3종

쉰다섯, 마당이 생겼습니다 #5

하마터면 큰 사고가 날 뻔했던 첫 계약 후, 움츠러들 법도 한 엄마의 마음은 오히려 생동했다. 위험 요소야 원래부터 알고 있었고, 그런 돌부리들을 잘 파악해서 피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별거 아니다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때부터 마음에 드는 땅을 만나면 일단 가계약을 걸어놓고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엄마가 계약만 했던 집이 총 3채. 한 채씩 스펙을 읊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A하우스 - 모델하우스는 만점! 마당은 빵점!

타운하우스로는 드물게 모델하우스가 있었다. 번듯한 3층 주택에 히노끼탕까지 구비했다는 것이 주요한 포인트였고 아주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땅이었다. 현장에 직접 방문해서 보니 대충 봐도 땅이 작아 마당이 비좁을 것 같았다. 주차장도 따로 없어 마당 귀퉁이를 주차장으로 써야 한다고 했다. 고민은 됐지만 일단 집이 마음에 들었기에 가계약을 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땅과 집 구조, 평수를 놓고 시뮬레이션해보니, 마당 자리는 차 한 대 세우는 것이 고작일 게 뻔했다. 가뜩이나 좁은 마당을 주차장으로 써야 한다니 고민 끝에 계약을 파기했다.


2) B하우스 - 깊은 산골 옹달샘.. 살기엔 별로겠지?

바로 정면에 산이 마주 보여 풍광이 좋고 조용하면서도, 조금만 나오면 근처 아파트 단지들과 가까워 생활기반 시설도 접근성도 좋은 집이었다. 맨 처음 한눈에 반해 계약했다 파기했던 타운하우스와 비슷한 조건이었으나, 지대가 많이 높지 않고 향이 좋아해도 잘 들었다. 그러나 이번엔 단지가 너무 산 깊이 자리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구석에 동떨어진 느낌이었달까. 결국 가계약을 취소했다. 해당 단지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사가 엎어져있다. 시행사에서 건축사에 비용을 제대로 지불해주지 않아 자금 분쟁이 일어났다는 풍문이다.


3) C하우스 - 집터 한가운데 묘지가?

땅은 조금 작았지만 집 콘셉트이며 가격이 매력적인 집이었다. 역도 가까웠고 B 하우스와 마찬가지로 근처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생활에도 편리함이 많았다. 그런데 단지 내 집터 한가운데 묘 한구가 자리 잡은 땅이 있었다. 가계약한 집과는 조금 떨어진 곳이었고 분양사무소에서도 곧 이장할 예정이니 걱정말라고 했지만, 왠지 찜찜함이 가시지 않았다. 분쟁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다. 계약 파기 후 아니나 다를까 이런저런 분쟁 플랜카드가 잔뜩 붙더니 공사가 중단된 채 한참을 방치됐다. 3-4년이 지난 지금에야 공사가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운이 좋았다. 당시엔 우리가 너무 까다로운가, 이러다간 가계약만 하다가 영영 집을 못 짓는 게 아닌가 불안하기도 했다. 적당히 포기하고 타협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엄마는 큰돈, 그리고 그 보다 더 큰 마음이 들어가는 일이기에 현실보다는 이상을 선택했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더 열심히 맘에 꼭 들 내 집을 찾아다녔다.


결국엔 덕분에 위험한 일들도 잘 피했다. 실제로 타운하우스를 분양받은 후 기약 없는 완공에 지쳐 계약금을 포기하고 떠나거나, 중도금까지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케이스도 많다. 모든 위험을 완벽하게 예방할 순 없지만, 이처럼 위험한 케이스도 많다는 걸 꼭 염두에 두고 최대한 시장 조사를 충분히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전글

첫눈에 반했다고 다 믿지 말아요 (#4) 

타운하우스, 첫 계약까지 (#3)

타운하우스와 전원주택 사이 (#2)

매거진의 이전글 첫눈에 반했다고 다 믿지 말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