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밥

by 푸르매

전기밥솥에 보온 된 밥은 따뜻해도 마음이 불편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계속 전기밥솥을 켜고 다니기도 불안했고, 주말에만 쓰자니 그것도 밥양 조절이 힘들었었다. 햇반을 먹기도 하다가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을 때에는 좀 더 저렴한 즉석밥을 먹기도 했다.


그러다가 만난 냉동밥의 세계는 정말 신세계였다.

자취생들에게 음쓰 및 일반쓰레기 배출량을 낮춰 줄 뿐만 아니라 쌀의 소비량도 높여주니 얼마나 멋진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자취생일 때만 좋았던게 아니었다.

결혼 후에도 나는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고 바쁘고 피곤하다.

결혼 초반, 항상 챙겨주는 엄마의 반찬에 시어머님과 시이모님까지 챙겨 주시는 반찬들이 냉장고에 계속 채워졌다. 반찬이 샘물처럼 마르지 않았다.

그 반찬들을 빨리 먹기 위해서도 밥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냉동밥용기들을 사서 냉동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반찬 배달이 덜해져 반찬이 남아돌지 못하지만, 밥은 계속 냉동실 맨 위칸을 차지하고 있다.


루틴처럼 생겨버린 냉동밥 하기.

새로운 한주를 맞이하는 나의 패턴은 일요일 아침 쌀을 씻어 불려 놓은 뒤에 한적한 오후에 서랍장에 넣어 둔 압력밥솥을 꺼내고 적당히 불린 쌀로 밥을 안친다.


가끔 내가 왜 6인용 밥솥을 샀을까 하며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래도 일주일에 많이 써봤 자 2번인 밥솥은 여전히 새것처럼 잘 된다. 결혼 전에는 외할머니가 주신 압력밥 솥을 10년 가까이 고장 없이 썼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밥솥을 자주 쓸수록 고장도 잦고 교체시기도 빨라진다고 하더라. 아마 이번 밥솥도 내가 떨어트리지만 않는다면 10년넘게 쓰지 않을까 싶다.


"밥이 다 되었습니다."라는 알람이 울리면 전원코드를 뽑고 밥솥을 꺼내 잘 지어진 밥을 주걱으로 잘 뒤적인다. 그리고 냉동밥 용기에 사이좋게 잘 옮겨 담아 한김 뺀다. 뚜껑을 탁탁탁 잘 덮어주고 바로 냉동고에 넣어 둔다. 일주일치의 밥이 생기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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