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됐지
아들에게,
기나긴 연휴가 끝났어. 엄마는 운동을 해가며 허리를 어르고 달래면서 오늘까지 왔지. 연휴 초에 가려고 했던 외갓집을 결국 끝에 갔구나. 다녀와서 우리 집에 도착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어. 집이 낡고 어쩌고 저쩌고 해도, 홈 스위트 홈이다. 너는 도서관의 천권의 기적 프로그램에서 대출한 <설날>이라는 책에서 본 옥춘당을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이번 차례상에는 그 동그랗고 납작한 사탕도 올렸지. 네 할아버지와 함께 쌀 빻으러 나가더니만 옥춘당과 맞먹게 고색창연한 종합"제"리도 한 봉지 사다가 차례상에 올렸어. 너는 그걸 봉지에 넣으며 유치원에 가져가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나눠먹을 날만 그렇게 기다리더니 드디어 오늘이 온 거지. 제사를 안 지내는 집들이라 좀 신기해했을 수 있겠다. 뭐.. 사이좋게 나눠먹기만 했으면 됐지.
오늘내일 이틀간 계속 비가 온다더니, 이번엔 기상청이 맞았어. 가을장마라도 온 것처럼 비가 도무지 그치질 않네. 종일 침침하고 컴컴하네. 그래도 엄마는 곧 나가야 해. 요즘 사실 속이 좀 화끈화끈하고 쓰릴 때가 자주 있었거든. 어깨도 좀 아프고 해서 동네 병원에 다녀와야지. 그래야 건강하게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요즘 세탁기가 조금 상태가 안 좋아서 빨래방에 한 번 더 다녀와야겠기도 하고. 어서 나가야 하는데, 움직이기가 싫은 건 엄마의 게으름 탓이겠지. 어서 움직여야겠다. 연휴 동안 차례 지내고, 국악박물관 다녀오고, 세종대왕릉 다녀오고, 외갓집 다녀오고 하느라고 강행군이었지? 네가 엄마랑 국악박물관 다녀오면서 만 보 가까이 걸은 이야기를 엄마 동네친구에게 했더니, 그 집은 레고랜드에 갔다가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놀이기구라곤 딱 두 개 탔다더라. 네 친구는 너무 힘들어서 다리가 없어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지. 그 얘기를 네게 했더니 너는 "엄마, 나는 묘지에 걸어 들어가는 줄 알았어" 하는데, 어찌나 웃기는지. 화통하게 웃어버렸네. 아휴, 웃었으니 됐다. 세종대왕릉에 다녀온 날 너는 맑게 웃으면서 기쁨이 폭발하는 날이라고도 했지. 그럼 됐지. 엄마도 처음으로 세종대왕릉에 가서 좋았어. 다음엔 사람들 없을 때 한산한 날 잡아서 가보자.
이제 현실로 복귀해야지.
다시 기운차게 살아보자고.
사랑해.
이따 만나.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