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으로 다가왔네
아들에게,
학교 예술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네. 병설유치원이라 초등 형아누나와 함께 예술제에 참가하는 너는 핸드벨이랑 율동이랑 장구 공연을 준비 중이야. 유치원생인 너도 나름 참 바쁘게 사는구나. 연습 시간이 많은지 너는 아까 엄마 손을 잡고 나오면서 장구연습곡이 이젠 질린다고 했지. 질릴 정도로 연습했단 말이겠지? 참 대견하다.
엄마는 뚝딱 끝낼 수 있는 요리를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오늘 해봤어. 내열유리용기에 토마토소스를 깔고 그 위에 계란 두 개 깨고 그 위에 애호박, 가지, 베이컨을 김밥 모양처럼 길게 겹친 것 두 줄을 나란히 올리고 그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올린 뒤 뚜껑을 덮고 전자레인지에 8분을 돌리라더라. 엄만 왠지 계란 세 개를 깨고 베이컨을 빼도 될 것 같아서 빼고 돌렸지. 먹지 못할 맛은 아닌데, 가르쳐주는 사람 말을 들을 걸 그랬네 싶은 결과물이 나왔지. 하하. 괜찮아. 다음에 한두 번 더 만들어보면 맛있게 나올 거야. 순두부장과 닭곰탕도 해놨어. 이젠 날이 차지잖아. 뜨끈한 국물에 밥 말아먹기 쉽게 해 놨지. 조리법이 간단한 것들만 따라 해서 그런지 확실히 수월했어. 앞으로도 엄마는 간단하게 뚝딱 만드는 조리법을 검색해서 만들려고.
어느덧 내년엔 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구나. 유치원엔 신입어린이가 없을 것 같아. 워낙에 아이가 귀한 세상이잖니. 학교도 점점 문을 닫고 노년층 대상 문화교실 같은 걸로 탈바꿈하기도 하고. 태권도장에 오면 그래도 애들이 여럿 있어서 사람이 많은 환경에 꼭 너를 노출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촌의 초등학교엔 한 학급이 아이들이 열 명도 못 채우니 말이야. 열 명이 뭐니. 다섯만 넘어도 아이고 감사합니다 수준이야.
네가 어른이 되어 지금 네 나이의 자식이 있을 미래엔 학교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안 가는구나. 지금의 장년층도 이렇게 애들 보기 어려운 세상이 올 줄은 생각도 못하셨겠지. 엄마랑 서울 나들이 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얼마나 많은 어른들이 너를 보며 미소 짓는 줄 너는 모를걸. 인터넷 세상은 서로 헐뜯고 그러는지 몰라도 현실 속에서는 어린이인 네게 호의로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아. 대중교통 안이라 아무래도 네게 자리를 양보해 주시지. 네가 처음 보는 어른에게도 불쑥 안녕하세요 하며 고개를 숙이면 다 웃어주셔. 서울 아이들도 이러는지는 모르겠구나. 엄마가 네게 동네 어르신과 눈이 마주치면 먼저 인사드리라고 가르쳤는데, 넌 눈이 마주치는 어른이라면 다 인사하고 다니지. 그렇게 하면 돌아오는 따뜻한 표정이나 손길이 너는 좋다고 했지. 이런 모습이 계속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애들은 좀 많아지면 좋겠고.
아까 메슥거린다던 건 어떻게 됐나 모르겠네. 아무래도 오늘 간식이 모자라서 그런 거 같은데. 이따 수련 끝나면 집에 날아가야겠다!
이따 만나.
넌 요즘 네 모습 그대로 딱 좋아.
사랑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