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있다지

지켜보자

by 내복과 털양말

아들에게,


도예체험을 다녀온 뒤로 너는 물레를 돌린 게 많이 좋았던지 또 하고 싶다고 했었지. 그래서 원데이클래스 끊어서 하루 더 갔는데 거길 다녀온 너는 또 하고 싶다고 했어. 엄마는 결국 어린이 대상 도예수업을 찾기 시작했는데 아쉽게도 찾을 수 없었어. 동네에 있는 공방에서는 주 1회 1시간 기준으로 20만 원이라고 했지. 하지만 네가 어린이인 점을 감안해서 어린이의 집중력에 맞게 더 짧게도, 어떤 때는 더 길게도 한다고 하셨어. 엄마에겐 그건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어. 한 시간에 5만 원이라니 아무래도 좀 부담스럽더라. 네가 도예에 재능을 보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것보다는 아직 놀이에 더 집중할 때인 점을 고려해서 엄마는 가정용 물레를 사기로 했지.


네가 도예처럼 여러 번 언급했던 또 다른 주제는 수영이었어. 수영을 배우고 싶다고 했는데 네 태권도 시간을 생각해서 도예와 수영 중에 하나만 골라야겠다고 했더니 네가 도예를 골랐던 거였어. 근처의 주민 대상 수영 강좌는 인기가 넘쳐서 새벽부터 줄 서서 기다려야 등록할 수 있다더구나. 안 그래도 등록하기 어려운 수영 말고 네가 도예를 골라서 내심 다행이었는데 도예가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으니 엄마는 이제 수영을 알아본 거야. 마침 다행스럽게 세 자리 남아있다는 정보를 얻고 부랴부랴 등록하고 네게 말했지. 엄마는 아주 의기양양했어. 네 기쁨에 겨운 함성을 기대했어.


그런데 웬 걸. 너는 웬만해서는 소리 내어 울지도 않는데, 이번엔 수영 다니기 싫다고 어찌나 크게 우는지. 당황스럽더라. 네가 유치원에서 나올 때부터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고 배가 고프다고 했는데 그거 때문이었던 것 같아. 너와 목욕탕에 가본 네 아빠가 보기엔 네가 물을 무서워한다는구나. 아빠랑 마당에서 수영장 펴놓고 놀 때는 그저 즐거워 보였는데.


모든 건 다 때가 있다지. 네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으면 엄마가 우겨서 보낼 수는 없겠지. 일단 오늘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고, 수영 강좌 시작은 앞으로 며칠 남아있으니 그때까지 지켜보자. 마음이 변할 수도 있잖아. 그래도 수영이 계속 싫으면 다음을 노려보자. 아직은 때가 아닌 거겠지.




지켜보자.


사랑해.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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