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고, 따뜻하고, 노력하는
아들에게,
지난주는 네가 유치원에 거의 안 갔어. 유치원 반 아이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서 급기야 네가 "한 공간에 있기도 싫다"라고 해서 엄마는 고민 끝에 엄마랑 좋은 시간 쌓자고 했더니 네가 바로 좋다고 하더구나. 유치원 선생님께는 사정을 설명했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너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아. 네 나름대로 싫다는 말, 하지 말라는 말, 화내는 말을 다 표현하는데 상대 아이들이 워낙에 거기에 반응을 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 같더라. 한 아이는 이런 식으로 자라면 나중에 교우관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선생님이 몇 차례 그 아이 부모님에게도 언급하셨더라고. 다른 한 명의 엄마는 저녁에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아들을 잘 가르치겠다고 사과 연락을 해왔어. 그리고 며칠이 흘렀지. 당연히 아이들의 행동에는 변화가 없었어. 원래 아이들이란 존재가 그래. 어른보다는 빨리 변한다 쳐도, 사람이란 동물이 그렇게 행동이 쉽게 변하지 않아. 오래 걸려. 네가 강하게 버텨내고, 그 안에서 너만의 실마리를 찾아서 변화를 도모해야 하지. 지켜보기 마음이야 아프지만 어쩌겠니.
전에 엄마가 말해줬지? 어딜 가나 그런 아이들은 있어. 그런데 지금은 너무 소규모 인원이라 그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을 방법이 없잖아. 그래서 너를 학생 수가 더 많은 초등학교로 보내기로 결정했어. 네가 싫다면 다른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을 정도의 규모로. 그게 네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으면 좋겠구나. <무례한 친구가 생겼어요>에서 보듯이, 너를 막대하는 사람과는 그 사람의 태도와 행동이 변할 때까지 어울릴 필요가 없거든. 여기선 그런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딱히 선택권이 없지만, 학생 수가 많아지면 네가 놀 수 있는 다른 아이들, 운이 좋으면 너와 성향이 비슷한 아이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도 있지.
닷새를 너와 붙어있으면서 아빠 출장 간다고 공항에 배웅도 다녀오고, 키즈카페에 가서 신나게 놀기도 했고,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있다가 네가 나오고 싶을 때 나오는 등 너는 엄마와 함께 있으면서 신나는 시간을 가졌어. 물론 엄마한테 혼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랬지만. 어쩌겠니.
어제도 너는 그 아이들 이야기를 하면서 화가 난다고 씩씩거렸지. 엄마는 너와 함께 화를 내다가 슬쩍 이야기를 다른 데로 돌렸어. 그냥 매일 있는 일상적인 일, 네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하는 일로 여겼으면 해서 그랬지. 다른 주제로 넘어가버리니 너도 더는 걔들 얘기를 하며 화내지 않고 잘 따라오더라.
소규모 유치원의 장단점은 확실하구나. 아이들 사이의 문제가 생기면 매우 크게 다가온다는 것. 그러나 선생님이 더 밀착해서 지켜봐 주고 부모와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 놀이치료선생님도 유치원선생님도 네가 학생이 더 많은 학교로 가길 권한다고 하셨어. 엄마아빠도 동의했고. 너와 맞지 않고, 무례한 무리와도 한 공간에서 살아가야 하는 게 인생이니 네가 잘 헤쳐나가는 수밖에 없네.
너는 강하고, 따뜻하고, 노력하는 아이야.
너는 멀리 나아갈 거야.
사랑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