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을
아들에게,
우리는 가끔 마법 같은 밤을 가져.
아빠가 출장을 가고 우리 둘이서 밤을 보내야 할 때면 엄마는 네가 잠들 때까지 책을 읽어주겠다고 하지. 특히 요즘 너는 밤을 무서워하니까, 힘 있는 이야기를 읽어줘야겠다고 생각했어. 너무나 푹 빠져들어서 무서운 생각이 떠오를 틈을 주지 않는 책 말이야. 잠들 때까지 이야기가 이어지려면 글자로 가득한 책이어야 하지. 곽재구 시인의 동화 <아기참새 찌꾸>를 다 읽었으니까, 우리에겐 새 책이 필요했어. 엄마가 어린이일 때 외할머니가 사주신 책이라 세월을 잔뜩 입은 책을 내려놓고, 엄마가 네게 선물하고 싶은 책을 골라야 했지. 엄마는 알게 모르게 그런 책들을 골라놓고 있었어. 그중에도 단연 최고 추천작은 루리 작가의 <긴긴밤>이었어. 루리라는 이름 때문에 너는 "필명"이라는 단어도 알게 되었네. <긴긴밤>은 사실 네가 더 자라면 읽어보라고 하고 싶었는데, 엄마가 이 작품이 너무 좋아서 못 참고 읽어주고 말았네.
읽다 보니 목이 좀 아파오더라. 어서 자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엄마도 멈추질 못했어. 너는 조용히 듣기도, 깔깔 웃기도 하며 계속 깨있었어. 중간에 눈물이 날 것 같은 부분에서 울지 않고 잘 읽어내려고 엄마는 잠시 입을 다물기도 했지. 노든과 어린 펭귄이 처음으로 호수를 만나고 어린 펭귄은 처음으로 물을 체험하게 돼. 거기서 진짜 의지력으로 가까스로 책을 덮고 나서 시간을 보니 벌써 11시 반이던 걸. 어휴, 어쩐지 목이 아프더라. 한 시간 반 넘게 읽어버린 거야. 그렇게 깊은 밤이 된 줄은 몰랐잖아. 우리는 서둘러 책을 덮었어. 너는 2분 만에 잠들었어. <긴긴밤>이 네게 어떤 이야기로 받아들여질지 나는 잘 몰라. 7살의 네가 받아들일 만큼 잘 받아들였겠지. 더 자라서 또다시 읽어보면, 네가 자란 만큼 더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줄 작품이지. 지금의 넌 주로 노든과 치쿠가 주고받는 대화 부분을 제일 좋아하지만, 다른 부분을 읽을 때도 지겨워하지 않고 조용히 집중해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것 같구나.
잠들기 전에 네가 말했어.
"엄마, 나 초등학교 2학년 되면 생일 선물로 <긴긴밤>을 사주세요."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 네가 혼자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너는 딱 그 시점을 짚어서 말했어.
"난 나중에 <긴긴밤>처럼 좋은 소설을 쓸 거예요."
너의 "나중에" 시리즈 중에 글 쓰는 사람도 등장했네. 너는 나중에 아빠도 되고 싶고, 변신로봇을 만들고도 싶고, 태권도 사범님도 되고 싶고, 유치원을 운영하고 싶기도 하고, 대저택에 살면서 큰 방에 도서관을 만들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했었는데. 모두 정말 멋진 미래야. 요즘 네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가 다 반영되어 있지. 네 말을 들으니 이제 글이나 문학도 네 일상의 확실한 한 요소가 된 것 같아 뿌듯해. (악기도 하나 다룰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 네가 흥미를 보이지 않으니 기다려야지.) 네가 나중에 무엇을 하는 사람으로 자라날지 몰라도, 네가 삶을 생생하게 느끼는 사람이 될 거라는 걸 엄마는 그냥 알 수 있어.
찾아보니 <긴긴밤>은 하드커버로 큰 판형으로도 나왔네.
그걸로 사야겠다. 이 판형이 절판되기 전에 미리 사둬야지.
이러다가 또 네게 주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리다가 초2가 되기 전에 미리 네 앞에 내밀지도 모르겠어.
사랑해.
네가 나한텐 마법이야.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