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늦었지만

또 조잘조잘 말해줘

by 내복과 털양말

아들에게,


이제는 가을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추워졌네. 환절기라 너는 가벼운 감기에 걸렸어. 다행히 39도가 넘게 열이 나는 네 반 아이에게 열감기를 옮지 않았네. 그동안 도장에 다니며 운동해 온 효과인 건가? 뿌듯하구나.


너의 <어린이수학동아> 잡지에 대한 열정은 아직 죽지 않았어. 그걸 보면서 너는 도형의 이름과 특징들을 깨쳤지. 아빠는 배송비가 아깝다며 하나 더 사자고 하면서 <가로세로 낱말퍼즐>이 어떨지 엄마 의견을 물어보길래 바로 그걸로 결정했어. 넌 퀴즈를 좋아하니까. 억지로 가르치려고 들면 별로 좋은 효과가 나지 않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퀴즈책으로 방향을 틀었지. 처음에는 조금 어려워하는 것 같더니 1,2를 엄마와 함께 푼 뒤로 3은 네가 직접 적어가면서 풀기 시작했네.


얼마 전에는 뇌에 칩을 심어서 사지마비인 장애인이 생각만으로 화면에 문장을 띄우는 클립을 의도치 않게 보고 너는 공포에 휩싸였어. 머리에 칩 심기 싫어, 무서워, 엄마 나는 겁이 많아, 하면서 울었지. 엄마는 그 칩이 없으면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을 도우려고 심은 거라고 설명했어. 뿐만 아니라 운신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도와주는 로봇이 나왔다고 말했지. 돕는 로봇이니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고 말해주었지만 너는 여전히 무서웠는지 엄마아빠는 장애인이 되지 않는 거지? 물으며 확답을 받고 싶어 했지. 언제 어느 순간에도 장애인이 될 수 있는 게 현실이라.. 사고나 질병이나 다 발생하는 일이지. 엄마는 그저 엄마아빠는 그래서 늘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고 열심히 운동한다고 말하고 말았지. (네 외할아버지는 장애인증이 있으신데, 엄마도 외할아버지가 그렇게 쓰러지고 장애인증을 받게 되실 줄은 전혀 몰랐어.)


11월이면 시범단 수업이 끝난다고 하셨던 것 같아. 너는 시범단은 더 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 지겹다고 말이야. 두 가지 율동을 1년 했으니 그럴 수 있지. 넌 태권도는 계속 다닐 거라고 했어. 검은띠 딸 거라고. 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지. 그게 아니더라도 도장에서는 태권도뿐만이 아니라 체력향상을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가르쳐주시니까 어떻게 되었든 운동 이어가겠다는 건 좋은 선택이야. 운동에 대단한 재주를 타고난 건 아니지만, 엄마가 어디서 보니까, 공부보다는 예체능이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여지가 더 크대. 그러니 열심히, 꾸준히 하면 너도 잘하게 될 거야.


유치원에선 어떤 즐거운 일이 있을까?

병원에 들렀다 가느라 좀 늦었지만, 남은 시간 동안 네가 얼마나 신나게 놀았을지 궁금해지네.

이따 만나면 또 조잘조잘 말해줘.

사랑해.

이따 만나.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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