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읽기상
아들에게,
새해가 왔어. 넌 어떤 기분이야? 오매불망 기다리던 크리스마스가 와서 선물도 받고, 나이 먹어서는 중요할 것 없지만 어릴 때는 그렇게 중요한 나이 한 살을 더 먹고 이제 일곱 살이라고 주장하는 거 보니 꽤 즐거워 보이던데. 유치원을 즐기고 선생님을 좋아하는 네게 또 신나는 일 년이 왔으면 좋겠구나.
수료식에서 받은 상장에는 “동화 읽기상”이라고 적혀있었어. 어린이집에서와 비슷한 상이구나. 어린이집에 다닐 땐 “이야기박사상”이었거든. 엄마는 그 상장이 무척 자랑스러웠어.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데 거기서 등장하는 고정 주제 중의 하나가 바로 책육아거든. 책을 많이 읽게 해서 거기서 재미도 지혜도 지식도 얻고 이해력과 공감능력 어휘력 등등도 얻게 하는 육아방식이라고 해. 엄마는 그걸 막 노렸다기보다 그저 재미있는 책을 가끔씩 권하고 네가 재미있어하는 책은 읽어달라고 할 때마다 읽어준 게 다야. 엄마의 책육아는 그저 네 환경에 책을 깔아놓은 것 정도가 다인 것 같은데 고맙게도 알아서 잘 자라주는 네가 책을 재미있어하여 꾸준히 책 잘 읽는 상을 받아오는구나.
작년의 마무리는 꽤 힘들었지. 엄마는 뭔가 제출을 해보겠답시고 노트북을 끌어안고 끙끙댔고, 그러는 동안 아빠와 너는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지. 엄마는 끙끙대기만 했으면 좋았을 것을 a형 독감까지 걸렸고 그걸 또 네가 옮아서 둘 다 40도를 찍어가며 전염병에 시달렸지. 나라 차원에서도 큰일이 벌어져서 너는 “내란”, “수괴”, “탄핵” 등의 단어도 알게 되었어. 정말 험난한 연말이었네. 나라 상황은 여전히 어수선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네 덕에 웃기도 하지. “수괴”를 설명해 주고 “내란”을 설명해 달라는 네게 뭐라고 말할지 고민하는 사이 네가 중얼거렸지. 국극단 이름인가? 드라마 <정년이>가 네게 남긴 여파가 참 컸구나. 내란국극단이라니. 그 국극단에서 공연 한 번만 더 올려도 수많은 한국인들이 스트레스받아서 뻗어버리겠어. 엄마는 네 말을 듣고 진짜 크게 크하하 하고 웃어버렸지. 그런 말을 네가 모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어제가 가고 오늘이 온 거야. 새해라고 크게 달라질 건 없겠지. 너의 행복과 웃음이 제일 빛나는 보석이란 사실도 변함이 없을 거야. 이제 네 태권도 수련이 끝날 시간이 왔네.
맥도널드 가자!
늘 한없이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