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묵묵함을
마주 보며 웃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해서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웃는 건 차치하고, 마주 보는 일 자체가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의 궤적처럼 줄어들었다고 해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따뜻함이나 편안함이 느껴지는 일이 녹아내리는 눈처럼 사라진 기분이 든다고 해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남편의 행동에서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의 실수에 화내지 않고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여주는 배려도 기반은 사랑일 거라고 생각한다. 수입이 점점 줄어들어 신용카드 한 번 꺼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여 필요한 물건을 사는데도 표정이 편안치 못할지라도 네가 이게 필요한 게 확실하냐고 추궁하지 않는 신뢰의 기반도 사랑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스트레스를 받으니 사랑이 퐁퐁 샘솟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연애할 때 같은 마음은 아니었지만, 남편의 행동을 생각하며 사랑한다고 말해보았다. 남편은 표정의 변화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내게 나도 사랑한다고 대답해 주었다. 남편은 그저 살아내느라 지쳐있을 뿐이다.
나는 사랑은 노력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힘들다고 발광하지 않고 묵묵히 무엇이라도 해나가려는 노력이 사랑이라고, 나는 거기에 동의한다. 상대를 위해서 나의 모자란 점을 채우려 노력하고, 나는 무심코 해버리기도 하지만 상대는 싫어하는 그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신경 쓰고, 상대의 기분이 상할 말을 피하는 행동을 나는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기력이 빠질 때, 애쓰다 보니 지칠 때 이것은 사랑을 행하는 걸까 눈치는 보는 걸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인생은 제로썸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그 제로 상태를 행복이라 여기는지 불행이라 여기는지에 따라 내 기본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생각한 지 오래되었다. 그러니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침마다 일하러 나가는 남편의 그 묵묵함을 사랑이라고 여긴다. 벌어먹고 살기 쉽지 않은 나날이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삶이지만, 그래서 남편이나 나나 각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나는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 있다. 시간이 흘러 이 고통이 지나간 뒤에도 나는 아마 당당할 것이다. 인생은 사랑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고, 나는 내 인생을 아무것도 아니지 않게 만들며 지내고 있다.
힘든 와중에도 행동으로 드러나는 배려에 사랑이 확실히 존재한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 이것은 삶이 던지는 시련을 견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저 남자도 자신의 발버둥을 내게 세세히 보여주지 않는다. 나도 그럴 필요가 없다. 모든 심사를 공유할 필요는 없다. 상대를 믿으며 버텨내는 것, 그 안에 환한 웃음이나 부드러운 말, 표정, 시선을 포함하는 것이 사랑이다.
그러니, 괜찮다. 내 삶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