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이 우리를 지켜줄 거야

용기를 다져보자

by 내복과 털양말

아들에게,


오늘 드디어 개학날이야. 원래는 새해가 딱 되면 바로 네게 편지를 띄우며 시작하려고 했는데, 계획실행력 부족과 체력부족으로 생각만큼 살아내지 못하고 있었네. 생각을 너무 이상적으로 한 건지도 몰라. 네게 보내는 편지가 늦어진 게 이 경우인지는 모르지만, 이상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높다는 게 엄마의 고질병이긴 해. 네가 엄마와 닮은 모습을 보일 때마다 엄마는 속으로 안타까워서 어쩔 줄 모르겠는 상태가 되곤 하지.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이 세상 누구보다 가장 아프게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아니까 말이야. 그러나 어쩌겠어, 마음을 단련하는 수밖에. 마인드컨트롤 말고는 답이 없다는 사실을 엄마는 지금껏 산 뒤에야 알았지만, 너는 엄마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도 알고 잘 해내길 바라는 마음뿐이야. 어쨌든, 신학기 유치원의 첫날은 어땠을지 궁금하구나. 저번엔 선생님이 새로운 장난감과 교구들을 잔뜩 주문하셨다고 했었는데, 오늘 짜잔 하고 공개하셨을지 모르겠네.


엄마는 요즘 일거리를 다시 찾고 있어. 오늘 이력서를 내느라고 거의 종일 시간을 잡아먹었지. 엄마가 다시 돈을 벌기 시작하면 참 좋겠다. 큰돈을 벌 생각이 있는 건 아냐. 일단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공부해서 자격증도 하나 따고, 그걸 발판으로 또 직장을 찾아볼 수 있으려나? 직장을 찾는 데 성공하면(이 목표 자체가 시간이 꽤 걸리겠지) 우리 아들이랑 함께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겠지만,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닐 거야.


일단,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하나하나 대처해나가는 거야. 엄마가 해나갈 수 있는 건 그것뿐이야. 그 결과가 꼭 좋으리라는 보장은 못하지만, 좋지 못한 결과를 낳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건 주어진 순간에 놓치지 않고 자신의 판단을 내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지. 결과가 좋다면 운이 따랐던 것이고, 결과가 나쁘더라도 어쩔 수 없어. 그 생각은 아빠와 엄마가 공유하고 있어. 진인사대천명인 법이야. 아, 그러고 보니 너는 요즘 <마법천자문>에 빠져서 한자와 점점 더 친해지고 있지. 너의 이해력이 점점 확장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아빠는 큰 기쁨을 느껴. 연근이 뭐냐는 네 질문에 엄마가 연꽃 뿌리라고 대답했더니 "아! 연꽃 연, 뿌리 근! 그거구나!"하고 크게 소리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네 머리를 쓰다듬지. 진인사대천명이 무슨 말인지 물어보면 엄마가 설명하기 쉬워지겠다!


올해도 이런 소소한 행복이 우리를 지켜줄 거야. 그러니 우리가 선택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두려워하고 주저하며 결정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용기를 다져보자. 이제 널 데리러 가야지.



늘 사랑해.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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