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어떻게 공부했더라

무식하게

by 내복과 털양말


자식들 영어공부가 시작되었다.


이미 광고하는 태블릿 학습지? 뭐 이런 걸로 한글, 영어 공부를 많이들 시작했다. 내 아들은 아직이다. 요즘 외국어를 접하게 되는 가장 기초 루트를 밟아가기 시작하긴 했다. 너무 좋아서 따라 부르고 싶은데, 언어를 못해서 못 따라 부르는 상황이 답답하여 뭐랄까, 내가 배워버리고 말지,라는 패턴 말이다. 아들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노래를 질리도록 듣는다. 따라 부르고 싶은데 아아아 라라라 밖에 못하는 자신이 답답한가 보다. 한두 줄 정도는 내가 가사 발음을 가르쳐줬다. 캔아겟더마이커리를하이어. 암마비요아이롤. 마리를소다팝. 몇 줄 아는 부분이 나오면 목청이 그렇게 커질 수 없더니만 결국 그 말을 뱉었다.

"엄마, 나 영어 배우고 싶어요."


내가 영어를 어떻게 공부했더라. 아주 똑똑히 기억난다. 어린 시절 갑자기 영국인초등학교에 한 학기 다녔다. 그곳에서 기초를 익혔고, 그 뒤로 영어와는 거리가 먼 나라에서만 지냈다. 갑자기 국민학교 5학년에 어떻게 영어를 했느냐. 무식하게. 무식하게 했다. 디즈니 동화책 한 권, 사전 한 권. 미키마우스가 마법사 모자 같은 걸 쓰고 마법지팡이를 들고 뭘 하다가 성처럼 으리으리한 그 집이 홍수가 터지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였다. 애석하게도 줄거리는 기억이 안 난다. A hat......어쩌구로 시작했던 첫 문장에서, A를 사전 찾고, hat을 사전 찾고 하는 식으로 그 동화책에 나온 모든 단어를 찾았다. am 찾고, was 찾고, be 찾고...... 어떻게 이렇게 무식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생각하면 웃음이 다 난다. 영어는 우리말과 어순이 다르다거나, 개수를 꼭 말한다거나 하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받아들이기에 바빴다. 그렇게 점점 사전에 형광펜을 친 부분이 늘어가면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선생님께 과외를 받았다. 옥스퍼드 그래머 책이었는다. 모조리 영어이고, 선생님도 한국말은 전혀 모르셨다. 내게 스윗하트라고 다정하게 불러주셨던 기억은 확실하다. 그렇게 다정한 선생님께 몇 달 배웠고, 그걸 바탕으로 그냥 내가 알아서 공부했다. 중학생이 되어 성문영문법 책을 받았는데, 머리가 핑핑 돌았던 기억이 난다. 한글로 써진 말이 더 이해가 안 가는 통에 당황스러웠다.


난 무식하게 익혔지만, 내 아이에게는 조금은 덜 무식하고 덜 힘들게 가르치고 싶다. 그러나 나도 영어는 처음부터 영어로 가르쳤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디즈니 그림 사전을 샀다. 주절주절 떠들었다만, 그냥 사전을 샀다는 이야기다. 단어마다 그림과 영어해설이 있다. 그러면 좀 재미있어하지 않을까 싶어서. 난 5학년때 배우기 시작해서 모조리 글자로 했고, 엄마가 5학년 짜리에게 미키마우스 책을 사줬다는 사실이 조금 수치스럽기도 했지만, 얘는 아직 유치원생이니까. 내 아이에게 잘 맞는 영어공부 방법을 찾을 때까지 여러 책을 전전하겠지. 그래도 일단 그 방법을 찾기만 하면 좀 수월해질 것이다. 그때까지 부디 관심이 식지 않고 버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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