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1

너라고 부를 나에게

by 내복과 털양말

안녕.


옛날에 신해철이 이런 제목의 노래를 불렀지.


너는 신해철의 노래를 즐겨 들었어. 더 이상 신해철의 노래를 적극적으로 찾아 듣지 않게 되었을 때도 어디선가 신해철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귀 기울여 들었어. 그땐 그 가사처럼 “잃어버린 나” 같은 게 내게도 있는 줄 알았지. 지금은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 있었는지 없었는지 있는데 몰랐던 건지. 요즘은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사네. 그저 지금의 모습이 전부이겠거니 여겨. 그러니 현재의 너는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단편소설(이라고 부르기엔 여전히 부끄러운 짧은 글)을 짓고(지어보려고 용을 쓴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지), 집안일을 하고, 지인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사는 여자야. 남편에게 불시에 나쁜 일이 터지면 나 혼자의 힘을 가정을 끌어갈 경제력이 없어서 불안감을 늘 느끼고,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현명하게 타개할 수 있을지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으려 고민하지. 신해철은 “마음 깊이 초라한 모습으로 힘없이 서있는 나를 안아주고“ 싶다고 했지만 난 그저 말을 몇 마디 건네고 싶은 게 다야. 초라한 모습은 맞지만. 안아주든 안아주지 않든, 그전에 이야기는 주고받을 수 있는 거잖아.


지금껏 살면서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나 봐. 아들에게 가장 먼저 쓰기 시작했는데 머릿속엔 남편도 떠오르고 엄마도 떠오르지. 그런데 지금껏 너에게 다정하게(까진 아니더라도 어쨌거나 허심탄회하게) 편지를 써본 적이…… 있었나?


너라고 부를 나에게, 이제 글을 띄워보려고.




또 편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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