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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Trollope Jun 29. 2021

왜 코제트(Cosette)가 레미제라블의 히로인일까





1862년 원작 초판본에 실린 에밀 바야르(Émile Bayard)의 판각화 중, 가난하게 옷을 걸친 어린 코제트가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고 있는 그림은 레 미제라블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장발장이지만, 미리엘 주교와 자베르도 중요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 미제라블의 얼굴은 언제나 코제트였다. 그렇다면 코제트는 도대체 누구일까? 


어린 시절 학대를 받았던, 착한 딸이며, 아름다운 여성인 코제트는 작품 속에서 팡틴의 손에서 테나르디에에게로, 다시 장발장에게서 그리고 마리우스에게 차례로 인도된다. 그녀의 운명은 타인의 손에서 결정되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코제트를 그저 꽃과 같은 인물일 뿐이라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캐릭터라고 비난한다. 그렇다면 코제트의 이미지는 과연 단지 가여운 어린아이, 비참한 운명의 상징이기에 레 미제라블의 대표 이미지가 된 것일까? 다른 사람들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기 때문에? 


하지만 이런 주장만으로는 코제트의 역할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코제트는 작품 속에서 여러 인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그녀의 존재는 인간의 기본적인 선과 악, 사회의 불평등과 억압, 그리고 변화의 필요성 등과 같은 작품의 주요 테마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그녀의 삶 속에 작품 속 다른 인물의 이야기가 밀접하게 응집된다. 


코제트는 단순한 가여움이나 비참함만으로 작품의 얼굴이 된 것이 아니다. 그녀는 작품 속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인물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레 미제라블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외프라지 "코제트" 1815년 생


코제트는 팡틴의 딸로, 원래 이름은 외프라지였다. 코제트는 "작다"라는 뜻으로 팡틴이 지어준 별명이었다. 팡틴은 사생아로 코제트를 낳고, 생활고로 인해 당시 머물고 있던 여관의 주인 테나르디에에게 코제트를 맡겼다. 코제트는 테나르디에의 여관에서 학대와 멸시를 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5년 동안 코제트의 모습은 "마르고 창백했으며, 겉에는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손은 동상에 걸렸고 곳곳에 멍이 들었다. 얼굴 전체에 두려움이 가득했다."고 묘사된다.


코제트의 어머니 팡틴의 부탁으로 테나르디에의 여관으로 찾아온 장발장은 팡틴의 빚을 포함해 1,500 프랑을 지불하고 코제트를 데려 왔다. 그 후 장발장과 함께 파리로 이동한 코제트는 자베르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며 포슐르방이라는 성을 받게 된다. 코제트는 수도원에서 살았고, 장발장은 포슐르방의 형이 되었다. 코제트가 14세가 되었을 때, 두 사람은 수도원을 떠난다. 이유는 장발장이 코제트에게 인생을 경험할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지만, 테나르디에 부부에 대한 끔찍한 인상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친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그저 희미한 상상만을 갖고 있다. 코제트는 가끔 어머니에 대해 장발장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느 날 어머니가 천사처럼 그리고 성인과도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꿈을 꾸었고, 장발장은 "무척 고생을 하셨기 때문이다"라고 짧게 대답해 주었다.



어렸을 때 코제트는 야위었고 창백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가 "못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장발장의 보살핌 아래에서, 평화롭고 온화한 환경에서 코제트는 아름다운 미인으로 성장했다. 사춘기를 지나며 그녀는 자신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시기에 그녀는 마리우스를 만나게 된다.


코제트와 마리우스는 서로에게 빠른 사랑을 느낀다. 장발장은 처음에 마리우스의 존재를 위기로 여기고 영국으로 이주하려고 했다. 그러나 혁명의 물결에 휩쓸리게 되면서 결국 마리우스는 장발장과 코제트의 인생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결국 장발장은 마리우스를 받아들이고 코제트와 결혼을 허락한다.


장발장은 마리우스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고 코제트를 맡긴 후 떠난다. 테나르디에의 의도치 않은 폭로로 인해 마리우스는 장발장의 헌신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는 코제트와 함께 장발장을 찾아가 사죄한다. 그들의 기도 속에서 장발장은 숨을 거두게 된다.


코제트는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인물이며, 공허한 캐릭터라는 비판을 받곤 한다. 그녀의 인생은 항상 다른 누군가와 연관되어 있어 독립적으로 존재한 적이 없다. 처음에는 팡틴의 딸로, 그리고 테나르디에의 가엾은 학대를 받는 아이였다가, 장발장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순종적인 딸로 성장한다. 성장한 이후에는 마리우스에게 구애를 받아 그의 아내가 된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그녀를 가부장제의 상징이자, 조용하게 침묵하는 아름다운 조각상과도 같은 존재로 여긴다. 


  하지만 코제트의 가치는 이것 만이 아니다. 코제트를 단지 꽃과 같은 존재로 규정하는 것은 과소평가일 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그녀의 성장 과정은 작품 속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모은다. 우리는 코제트를 통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인간의 선과 악, 사회 불평등의 현실성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코제트는 레 미제라블의 중심이며, 작품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 인물이다. 


또 그녀는 레 미제라블 세계의 악독하고 증오스러운 악당들과 정반대 위치에 서 있다. 그래서 그들로부터 질투와 미움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테나르디에 부인은 성장한 코제트를 처음 보자마자, 코제트의 정체를 알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밝고 화사한 이 여성을 미워했다. 이러한 대립은 코제트를 레 미제라블의 다양한 인물들 사이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발휘하게 만든다. 그녀는 물론 수동적이고 의존적일 수 있지만, 그것이 그녀의 캐릭터를 완전히 정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악의와 증오가 가득한 세계에서도 따뜻함과 사랑을 찾아내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믿음을 공유한다. 이것도 코제트가 "레 미제라블"의 세계 속에서 빛나는 이유이다. 



코제트는 장발장의 인생을 의미하는 인물이다. 코제트는 원래 팡틴의 딸이었다. 왜 장발장은 팡틴의 딸을 맡기로 했을까? 그것은 팡틴의 몰락이 장발장 본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팡틴의 딸을 떠맡음으로써 장발장은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려는 것이다. 장발장이 팡틴과 그녀의 딸 코제트를 돕는 이유는 단순한 동정심 때문이 아니다. 그녀를 돕는 것은 그의 죄를 속죄하는 방법이자, 그의 죄를 갚는 길이기 때문이다. 


자베르를 보자. 자베르는 "법의 화신"이다. 이 무시무시한 법의 집행자는 오직 법을 기준으로 선과 악을 구분한다. 그는 엄격한 원칙에 따라, 법을 어기는 사람들을 냉정하게 처벌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죄를 지었던 장발장이 한 주교의 은촛대로 회개하여 법을 지키는 착한 사람이 되었다"는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장발장은 마리엘 주교를 만나 올바른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장발장이 사장이 되었을 때, 시장이 되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요구했던 것은 “남자는 부지런할 것, 여자는 정숙할 것” 이었다. 장발장은 그래야 마리엘 주교의 뜻을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팡틴은 혼외 자식이 있었기 때문에 정숙하지 못한 사람처럼 보였고, 그래서 공장에서 쫓겨났다. 장발장은 나중에 팡틴의 몰락한 삶을 발견하고, 이 선량한 사람이 몰락한 것은 자기 잘못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따랐던 "법"이 미리엘 주교의 참뜻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법"만 따르는 것으로는 미리엘 주교의 의지를 완전히 실천할 수 없음을 이해한다. 장발장은 코제트를 통해 팡틴에게 속죄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기 때문에 코제트는 장발장이 미리엘 주교의 사명을 깨닫고 인간에 대한 사랑, 인간애의 길을 실천하게 된 상징이다. 즉, 코제트는 미리엘 주교가 장발장을 인도했던 그 길 자체를 의미한다.  


동시에 코제트는 마리우스와 결혼하여 작품의 주제를 완성한다. 코제트는 장발장의 딸로서, 미리엘 주교의 사명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한 장발장의 뜻을 상징한다. 마리우스는 젊은 시절의 작가 본인의 자화상으로, 민중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마리우스의 사상을 이어간다. '비참한 인생'이란 어떤 존재일까? 그들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작품은 단순한 법과 규율로 그들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인간애를 통한 구원을 추구한다. 


레 미제라블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구원의 방법은 차가운 법과 규율이 아닌, 비참한 사람들의 운명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 서되, 법과 원칙을 통한 방식도 아니고 혁명과 폭력의 방식도 아닌, 사랑과 인간애를 통한 것이다. 코제트와 마리우스 두 사람의 결합을 통해 마침내 레 미제라블, 이 작품이 지향하는 최종적인 이상향이 완성된다. 이로써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코제트는 이 작품의 전면에 위치한다. 그녀 자체가 작품을 의미하고 그녀만이 작품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다. 코제트의 캐릭터는 이 작품의 핵심 가치와 메시지를 전달하며, 작품에서의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그녀의 인물이 이 작품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어주며, 독자들에게 그들 스스로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돕는 것이 중요한지를 되새겨 주는 가르침을 제공한다. 이런 이유로 코제트는 레 미제라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로 평가되며, 그녀의 존재와 이야기는 작품의 깊은 통찰과 인간애의 메시지를 완성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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