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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네 번째 편지

2019. 7월의 어느 날. 11학년 홈룸 학생들에게.

by 오늘도동주쌤

미즈타니 오사무의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중에서


"저 도둑질한 적 있어요."

괜찮아.


"저, 친구 왕따시키고 괴롭힌 적 있어요."

괜찮아.


"저, 폭주족이었어요."

괜찮아.


"저, 학교에도 안 가고 집에만 처박혀 있었어요."

괜찮아.


어제까지의 일은 전부 괜찮단다.

"죽어버리고 싶어요."


하지만 얘들아, 그것만은 절대 안돼.

우선 오늘부터 나랑 같이 생각을 해보자.



나무에 로프와 나무판을 매달아놓았을 뿐인 초라한 그네였지만 친구가 없는 내게는 최고의 놀이 상대였다.


가난한 것도, 부모가 없는 것도 내 탓은 아니다. 왜 원하지도 않았는데, 이 세상에 태어나 괴로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가. 그네를 타면서 나는 많은 것들을 원망했다. 날 낳고 가난한 집에 버린 매정한 아버지, 내 불행을 놀리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외로움을 더더욱 부추기는 야마가타의 추운 날씨....


나는 항상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멀리에 있는 어머니를 늘 생각했고, 어머니가 있는 요코하마까지 날아갈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칠 때까지 그네를 탔다.

그때 내가 느꼈던 외로움은 아직도 나의 가슴에 남아 있다. 나는 아마도 그때의 외로움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에 상처를 가진 아이들과 많이 만나고 싶다. 그들은 스스로가 원해서 비행 청소년이 된 것이 아니다.


바라지도 않은 고독을 강요받고, 그 고독을 견뎌내기 위한 방법을 모르는 것 뿐이다.


하지만 얘들아, 고독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밤거리에 들어가 몸을 망치는 일은 하지 마라.


그 전에 한번이라도 좋으니 누군가를 만나보렴.




내게는 아이들의 과거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현재도 아무래도 상관없다. 시간이 걸려도 좋고, 누군가의 도움을 빌려도 좋으니까, 그들이 자신의 뜻과 자신의 힘으로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갔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그러려면 무조건 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살아주기만 해도 좋다. 살다 보면 아이들은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서 서서히 인생을 배워간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어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어떤 아이라도 그들이 살아온 과거와 현재를 인정하고, 제대로 칭찬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이다.


"지금까지 정말 잘 살아줬어."



선생님이 교사 생활을 시작하기 이전에 찾아서 읽었던 책입니다. 우연히 이 책을 다시 쥐고 꾹꾹 밑줄 치던 내용들을 옮겨 적어 보았습니다. 우리는 2월 말부터 지금까지 쉴 틈 없이 달려왔네요. 이제 좀 한숨 돌릴 수 있겠지 하면 또 다른 일들이 생기고, 벌써 이번 학기의 끝자락으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11학년 2반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돌아보고 챙겨줄 수 있는 시간들이 부족했다는 것이 참 마음에 걸립니다. 이따금씩 여러분의 어두운 표정을 발견하면, 지난 밤이나 요즘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결국 생각으로만 그치곤 합니다. 더 들여다보고 이야기 나누어 마음의 상처를 위로해주었어야 하는데, 그런 후회도 듭니다.


갑자기 고해성사가 되어버리네요.


지금까지 힘겹게 버텨주고 잘 살아준 여러분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고,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신혼이고 바빠 보인다고 해서 다가오는 것을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지 찾아와 이야기 나누어 주세요. 여러분에게는 언제든 기대어 쉴 수 있는 작은 그늘이 되고 싶습니다. 괜찮다고 말해주며 같이 기도해주는 그런 선생님이고 싶습니다.


행복하고 멋진 미래를 누릴 여러분을 기대하며,


동주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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