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월의 어느 날. 11학년 홈룸 학생들에게.
아들에게
인생의 여정이 너를 어디로 데려가던지,
네가 항상 안전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여정을 즐기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절대 잊지 말고.
너의 남은 인생 동안 내가 여기 있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지만,
나의 남은 인생 동안 너를 사랑하겠다고는 약속할 수 있단다.
사랑한다, 아들아.
아빠가 -인터넷에서 본 글귀
어제는 여러분에게 제대로 감사 인사를 못 하고 보낸 것 같아, 마음에 걸린 하루였습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쌤에게 참 귀한 추억들을 만들어 주어서 고마워요! 홈룸 시간에 "나 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하루를 열었었는데, 왜 그런 질문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따금씩 선생님도 힘이 들고 지칠 때면 짜증을 내거나 예민하게 구는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저를 예민보스라고 부릅니다. 특히 저녁 식사를 앞두고 있는 때가 가장 예민한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매주 수요일 교사회의가 늦게 끝나면 더욱 예민해져서 초강력 예민보스가 됩니다. 그러곤 불평 불만을 하거나 아내에게 불필요한 말을 하게 됩니다. 피곤하고 지친 하루라면 수업 도중에 항상 해맑은 7학년들에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보통의 때라면 그냥 웃어 넘기고 장난을 받아주거나 냉정하게 대처하지만, 예민할 때에는 제 성량이 커져 아이들에게 고함을 치곤 합니다.
이런 모습에 실망하고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에 자괴감을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사로서의 자격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손동주스러운 삶은 무엇인가?"
"손동주다운 삶과 행동은 무엇인가?"
돌아보았을 때, 평소의 모습이 나의 본 모습인지, 예민보스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나의 본 모습인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후자가 나의 본 모습이라면, 나는 겉으로 멀쩡한 척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아내와 나누었을 때, 그녀가 정답을 주었습니다. "평소의 모습도 나의 모습이고, 예민해 있을 때에도 나의 모습이다."
여러분도 본인이 싫어하는 모습이나 행동이 마음속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 시절에는 주변 친구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돌아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겠죠. 나의 단점을 발견했다고 해서 그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예민보스가 되는 것도 손동주스러운 삶이라는 것을 인지하며, 그 시간을 대비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나 에너지를 비축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모든 모습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삶이 진정한 나를 사랑하는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들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다운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모든 모습을 사랑하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가끔 화가 날 때는 화도 내보고, 슬플 때는 울어도 보고, 기쁠 때는 소리쳐 기뻐해 보세요. 그러한 삶을 통해 여러분 자신을 알아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지으신 그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하나님께 가까이 가기 위한 설계라고 생각하며 감사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원합니다.
여러분의 남은 여정을 즐기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하는 동주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