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한 장 생활칼럼
눈을 뜨고 아침을 맞이 한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다. 쇼팽의 피아노곡은 저녁에도 좋지만 아침에도 좋다. 잔잔이 흐르는 선율이 마음을 평온하게 해 준다. 내가 살고 있는 북경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바람이 불면 하늘이 파랗고 불지 않으면 하늘이 뿌였다. 온통 회색 빛이다. 안개 낀 도시의 아침 누구는 그걸 미세 먼지라 하여 자연스레 마스크를 착용한다. 나는 그냥 오늘 회색의 아침을 맞이하여 피아노 음악을 틀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오묘한 회색 빛깔 사이로 깊은 상념에 젖어본다.
북경에서 서울은 멀지 않아서 북경에 비가 오면 그다음 날 어김없이 서울에 비가 온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레 하루의 날씨를 먼저 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중국에 정착한 지 벌써 십여 년이 지나서인지 여기가 고향 같고 한국에서 미세먼지 소리에 화를 내면 왠지 내가 마음 한켠이 미안하고 무거워진다.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와 동쪽으로 나갈 때면 북경은 파랗지만 서울은 뿌옇게 변할까 봐 왠지 씁쓸하다.
아침 뉴스에 한국의 모기업 자동차 회사가 북경에서 벌인 사업을 점점 줄인다고 실렸다. 사드 문제가 벌어지기 전만 해도 한중 합작회사로 연간 75만대의 매출을 올려 엄청난 신화를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거둔 한국은 대중국 무역 흑자로 오랜 세월 경제의 축을 미국에서 중국으로 돌리며 꽤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그런데 나는 그런 한국 자동차의 선전과 세계 각국의 자동차 생산과 판매의 각축장이 된 북경의 하늘 아래 항상 가진 질문이 하나 있었다. 저 많은 자동차가 다 어디로 갈까?
문제의 시작은 바로 우리 주변에 있었다. 좋은 아침이라며 인사하는 우리가 그리 좋지 않은 공기질에 마스크를 착용하며 공장에서 생산해낸 그 무엇인가에서 스스로의 공기를 생산해낸 것은 아닌가 말이다.
산업은 매우 중요한 경제적 창조 영역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의 품 안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그리 지혜롭지 못하게 선택하게 할 때가 많다. 산업화의 기회에서 지리적 이점은 축복일 수는 있지만 큰 대륙의 곁에 살고 있는 한국은 파도치는 경제적 성과만큼이나 격랑의 미세먼지를 걱정하는 처지에 와있다. 황사가 불어서 봄가을 서울 하늘을 덮칠 때 한국사람들은 중국에다 사막화를 막기 위한 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황사가 불지 않으니 북경에 스모그가 낀다는 말이 돌았다. 나무들이 바람을 막는다고 말이다. 그 말이 옳은 것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나는 오늘 하루 우울한 하늘이 더 슬퍼 보인다. 자동차가 별로 없는 저 티베트 고원의 파란 하늘이 생각난다.
한중 양국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협의에 들어서고 양국의 데이터를 교류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원래 이웃 간에 밥을 태우면 누룽지 건넨다는 말이 있다. 자동차를 많이 팔던 한국이 이제는 무엇으로 중국에서 선전을 할지 앞으로의 공기질을 좋게 하는 방책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할 때이다.
오늘도 바쁜 하루의 북경과 서울의 아침은 수많은 차들의 향연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회색의 아침을 수놓듯이 쇼팽의 피아노곡이 귀를 울린다.
2019년 3월 3일 북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