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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개가 날 물었다

물린 내가 잘못이지 뭐

by 김유난


월월


미친개에게 물렸다.

그저 그 자리에 있다가 물린 건데 사람들은 내 탓을 하듯이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억울하지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사람들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서 외롭게 혼자 이겨냈다.

치료를 받았다. 고통도 동반됐고, 시간도 소요됐다. 일상생활에 이상이 없을 정도로 회복했지만, 물린 상처와 후유증은 남았다.

다들 내가 괜찮아지니까 다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를 피했던 시간들은 내 입장에선 꿈이었던 것처럼 그들 입장에선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그때 왜 그랬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의 입장에선 그게 최선이었을 테니까.

근데, 그들은 항상 나를 괜찮게 봤었고, 항상 나를 좋게 봤었다고 한다. 군말 없이 그 자리에서 나의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 좋다며 아픔을 호소하고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자세가 잘못됐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고선 아픔과 외로움을 호소하던 사람들과 문제없이 지냈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과 더 잘 지냈다.

나도 아프고 외롭다고 말해보았다. 너무 외로웠으니까. 근데 갑자기 왜 그러냐고 한다. 요새 힘드냐고 한다.

나는 계속 힘들었는데.......

미친개는 다시 개들 사이에서 잘 지낸다. 미친개를 처음 본 사람들은 미친개를 구별하지 못한다. 원래 알고 있던 사람들도 조심하면서도 미친개를 귀여워한다. 미친개는 잘 살아간다.




내 모든 오감에 유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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