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론가가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을까?
부제 그대로 영화 평론가가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을까?
정답은 ’잘 만들 수도 있고 잘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이다.
말장난한다고 욕하기 전에 얘기를 이어 가보겠다.
평론가의 업 자체는 만들어진 영화를 분석하는 것이지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만드는 것에 있어서는 무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인력, 장비, 절차 등이나 벌어질 수 있는 변수들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진 않다.
하지만, 평론가가 실제로 촬영기법이나 영화감독으로서의 역량을 갖추면 당연히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을 거다.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평론가로서 날카로운 분석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영화 제작을 이끌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잘할 수도, 잘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다. 마치, '물리치료사가 운동선수가 된다면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 것이다'와 같은 말이다. 당연히 더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겠지만, 그렇게 따지다 보면 우리 모두는 사실 대통령을 한다면 좀 더 나은 국가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그래서 다들 그렇게 대통령 비판을 쉽게 하는 걸지도 모른다.)
사실 원래 하고 싶었던 얘기는 '소비자'로서의 능력과 '생산자'로서의 능력은 별개라는 것이다. 평론가는 '소비자'고, 영화감독은 '생산자'이다. 어떤 것을 사후적으로 분석하는 능력과 실제로 그것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은 완전히 다른 장르가 되어버린다. 축구 감독들이 선수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적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가르치지만, 그 감독들이 모두 현역 시절에 정점을 찍은 것은 아니다.
조금 틀어서 생각을 해보면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 남들의 의견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좀 더 나은 방향이 있었다" 정도를 얘기하는 것이고, 그들이 내 입장이 되었을 때 무조건 더 잘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 상황이 되어보면 '아 이런 느낌이었어?'라고 생각할 거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의 '생산자'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 인생의 '소비자'다. 내 인생의 '생산자'로서 어떤 태도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계속 되뇌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원래 생각 없이 말을 툭 뱉기 마련이고, 생산자의 상황을 고려해서 평가하거나 소비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너무 담아둘 필요가 없다. 나에게 정말 부족한 부분이라면 취사선택하면 그만이다. 반대로는 소비자로서 상대의 인생을 대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이유가 있겠지'라는 여유를 품을 줄 알아야 한다.
내 모든 오감에 유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