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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했다, 그리고 사랑니를 뺐다.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5가지

by 김유난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엔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혹은 일정한 경험이 쌓여야만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1. 상처


개인적인 숙원사업이었던 사랑니 발치를 하고 인고의 시간을 갖고 있다. 빠른 일상 복귀를 위하여 주말 동안 병원의 안내대로 48시간 동안은 냉찜질, 그 이후로는 온찜질해주고 있다. 거기에 뜨거운 식, 자극적인 음식, 딱딱한 음식을 피하고 있다. 이 행위들이 상처 회복을 돕긴 했어도 절대적인 회복시간은 필요했고, 결국 약간 부은 상태로 출근을 했고, 근무하는 동안 함께했던 욱신거림은 덤이었다.


상처회복은 조금 빠를 순 있어도 절대적인 회복시간이 필요하다. 칼에 베인 상처에 빨간약을 10분에 한 번씩 바른다고 하루 만에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며칠은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씻을 때마다 따가움을 견뎌야 하고 상처가 회복되면서 오는 욱신거림을 감당해야 한다.


2. 이별의 아픔


그 상처는 비단 ‘물리적인 상처’뿐만이 아니다.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이다. 이별을 하면 그 공허함을 해소하려고 하는 것들이 있다. 술을 마시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소개팅을 하거나,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는 것.


짧게 만났거나 마음이 크지 않았던 사람이었다면 이런 행위들을 통해서 금방 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거였다면 공허함도 크지 않았을 거다. 새로운 사람이 빠르게 내 마음속에 들어온다 해도 그 공허함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상대방도 무의식 중에 나의 아픔을 느낄 것이다.


슬픔과 공허함이 잊힐 때쯤, 일상이 다시 궤도에 올라올 때쯤 이별의 아픔은 해소된다. 이별의 아픔은 눈물을 더 쏟아낸다고 해서, 사람을 더 자주 만난다고 해서, 바로 소모되지 않는다. 아픔을 받아들이고 그 아픔과 공존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3. 자녀의 깨달음

자녀를 향해 다양한 잔소리를 하고 싶겠지만, 잔소리를 아무리 해도 결국 자녀가 직접 경험해 보고 부딪혀봐야 깨달을 수 있다. 맞는 말이라며 잔소리를 해도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녀가 유치원을 가고, 학교를 가고, 대학생이 되고, 취직을 해야만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시간을 주고 지켜봐야 한다.


부모도 자녀이었던 시절이 있다. 그때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말이 듣기 싫었을 텐데, 부모도 부모가 돼서야 그 잔소리들의 진짜 의미를 깨닫는다.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니까.


직장 후배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처음에 선배들의 말이 잔소리 같아도 꾹 참고 3개월, 6개월, 1년 차 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직장에서 선배들의 말은 처음에 들으면 잔소리 같기만 하기 때문이다.


선배 그늘에서 벗어나 일을 해봐야 비로소

‘그게 그런 말이었어?’라는 생각이 들면서 깨닫는다.



4. 단순 반복을 통한 성장

단순 반복을 통해서 발전해야 하는 것들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한 근육 성장, 운동선수들의 체력 훈련, 등 모두 루틴 한 일상을 일정 기간 이상 가져가야 유의미한 성장을 할 수 있다. 하루에 이틀 치를 행한다고 해서 이틀 치 분의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할수록 부상과 함께 발전이 더 늦어질 수가 있다.


어떤 순간에도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충분한 시간이 쌓여야 한다.

쉽게 좌절하지 말고 꾸준히 조금씩 쌓아가자.


5. 숙취

개인적으로 '뭘로 해장하냐'는 질문은 상대방이 정말 어떤 걸 먹었을 때 해장이 되냐는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라포(rapport)를 형성하기 위한 의미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숙취는 시간만이 해결할 수 있다. 숙취해소제니, 토마토니, 밀크시슬이니 등은 약간의 도움은 주겠지만 결국 충분한 시간이 지나야 한다.


상처에 바르는 빨간약처럼 10분에 한 번씩 토마토를 때려 넣는다고 해서 1시간 만에 술이 깨지 않는다. 잠을 많이 자는 것은 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간이 체내의 독소를 해독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 내가 다시 술을 마시면 사람이 아니고 개다.



내 모든 오감에 유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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