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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내 꿈이 박살났다.

꿈을 포기해야 했던 이유

by 김유난


어렸을 때 내 꿈은 '영 앤 리치(Young & Rich)'였다.


이제 '영'은 영영 못 이룰 꿈이 되어버렸다. 나의 Young은 이제 거의 다 소모되었으니까...


'영 앤 리치'를 이루고 싶다면 올해에 당장 로또에 당첨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이제 할 수 있는 건 그냥 '리치'뿐이다. 그래서 꿈을 포기해야 했다.(하지만 로또는 여전히 꾸준히 사고 있다.)


'영 앤 리치'라는 막연한 꿈은 아마도 이런 마음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


'남들이 못하는 것을 월등히 해내는 사람'


물론 살면서 남들보다 월등히 잘했던 순간,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순간이 더 많다. 그리고 나는 시작이 느린 사람이었다. 뭐든 원리를 알고, 해야 하는 이유를 알아야만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걸 시작할 때 쉽게 지쳤었다. 새로운 걸 시작하면 남들보다 느리니까 나보다 빨리 좋은 결과를 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고, 남들보다 조금만 뒤처져도 숨고 싶었고, 남들보다 좋은 결과를 내는 순간만 즐기고 싶었으니까. 최악의 상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유의미한 기간 동안 인내하며 꾸준히 무언가를 단련하는 경험을 쌓은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이제는 단순 반복을 통하여 결과를 내고, 남들보다 잘한다고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이 쌓여가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과정들이 나름 겸손하고, 메타인지도 높은 나를 만든 것 같다. 만약 내가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월등하게 잘하는 분야를 찾아서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서 그게 내 업이 되었다면, 아주 오만하고 나 잘난 맛에 사를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살짝 아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돌아왔지만 그 과정이 소중했었다고 느낀다.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면서, 내게 맞는 성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겁고 의미 있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조급함'이라고 느꼈던 것들도 이제는 동기부여의 원천으로 쓰고 있다. 좀 더 단단한 느낌의 '남들이 못하는 것을 월등히 해내는 사람'이 되기 위한 선행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꿈꾸었던 '리치'가 단순히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오는 만족감이었다면, 나는 사실 이미 '영 앤 리치'라는 꿈을 이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리치'는 포기하지 않았다.)



내 모든 오감에 유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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