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의 엄청난 지렁이 똥쇼> 폴리 오언 글 / 그웬 밀워드 그림
2년 전 도시농부로 텃밭을 시작하며
내 짧은 다리로 열 걸음 정도 되는 작은 땅을 분양받았다.
텃밭 가꾸기의 시작은
겨우내 차갑게 굳은 밭을 갈아엎는 삽질.
그 땅에서 처음 조우한 생명은
굵고 기다란 몸을 꿈틀거리며 땅을 지키고 있던 지렁이였다.
사실 나는 1년간 이 땅을 빌린 것뿐이고
지렁이야말로 그 땅의 진짜 주인이자
흙 아래 사정을 관리해 온 수호자인 것이다.
많은 벌레(무척추동물)들이 식물들을 수분하고
분해하고 흙을 윤택하게 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땅을 기름지게 하는 대명사는 '지렁이'다.
오래전 지렁이는 억울하게도
정원을 망치는 해충으로 취급받았다.
지렁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오명을 씻어준 사람이 있는데
바로 우리에게 진화론을 설파한 찰스 다윈이다.
이 책은 다윈이 어떻게 지렁이의 이 놀랍고 고마운 능력을
발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다윈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지렁이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고
특별히 뛰어난 미각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예민한 피부로 빛을 감지하는 '광수용체'가 있다는 것과
진동에 무척 예민하다는 것을 알아낸다.
또 나뭇잎뿐만 아니라 진흙, 모래, 돌, 심지어 가시같이
뾰족하고 소화시킬 수 없는 물체를 먹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이빨이 없기 때문이다.
거친 물질들이 음식물들을 소화시키기 좋은 형태로 갈아주는 것이다.
헬스 트레이너의 식스팩 뺨치는(배치는?) 지렁이의 배근육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렁이의 가장 대단한 초능력은 '똥싸기'다.
분변토라고 부르는 지렁이 똥이 흙 중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고
식물을 크고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최고의 영양제임을 밝혀냈다.
그야말로 '슈퍼 똥싸개'인 것이다.
다윈은 지렁이를 '자연의 쟁기'라고 표현했다.
흙 사이를 파고들어 공기를 통하게 하고,
영양이 풍부한 부식토로 식물의 성장을 돕는다.
40년에 걸친 그의 연구를
<지렁이의 활동과 분변토의 형성>이란 책에 담아
지렁이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증명하여 잘못된 오해를 바로잡았다.
당시 이 책은 그의 역작 <종의 기원>보다 더 많이 불티나게 판매되었다고 한다.
다윈은 사람들에게도 저명한 과학자였지만
지렁이들에게 슈퍼 영웅이 아닐까?
다윈의 어떤 상식은 편견일 수도 있다는 비판적 사고와
한 생물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탐구정신은
진심으로 존경하고 본받고 싶다.
'똥'을 유난히 좋아하는 시기의 아이들
그리고 호기심 많은 꼬마 과학자들이 무척 좋아할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