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가 없는 날이면 전국팔도 홈페이지 보도자료를 뒤지며 기삿거리를 찾는다.
서울의 한 시민이 제주 곶자왈의 토지를 기부했다.
3,320㎡, 시가로 3천여만 원.
그가 기대한 건 명예도, 혜택도 아니다.
단지 곶자왈이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랐을 뿐이다.
제주는 감사패를 수여했고, ‘훈훈한 미담’이라며 보도자료를 올렸다.
그러나 이 자료를 읽는 내내 마음은 훈훈하지도 편치도 않았다.
국가는 과연 이런 순수한 선의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
지금 이 나라의 환경정책은 역설 위에 서 있다.
보호구역을 해제하는 법안이 통과되고,
산림을 깎는 개발이 ‘복구사업’이라는 이름을 달고 진행된다.
보전은 슬로건이 되었고, 환경은 여전히 계산의 대상이다.
그 속에서 한 시민이 개인의 사유지를 내놓는다는 건,
국가가 져야 할 책임을 개인이 대신 짊어지는 일이다.
곶자왈은 제주의 숨결이다.
바람이 머물고, 빗물이 스며들어 땅속의 생명을 키우는 곳.
수백 년 동안 화산암 위에 뿌리내린 나무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온 자리다.
그 숲을 지키는 일은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이제는 시민의 양심이 대신하고 있다.
제도는 느리고, 이해관계는 복잡하며,
결국 자연은 늘 가장 마지막 순위로 밀려난다.
이 씨의 기부는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부끄러움을 비춘다.
그의 기부는 미담이 아닌 거울이다.
국가의 무책임을 비추는 거울.
시민이 숲을 내놓는 동안,
제도는 여전히 숲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숲을 지키려는 마음이 아름답지만 서글픈 이유는
그 마음이 이 시대엔 너무 외롭기 때문이다.
국가가 그 숭고한 선의를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면,
보여주기식 감사패가 아니라 정책을 돌이켜야 한다.
시민이 아닌 국가가 곶자왈을 지키는 날,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국가는 그 선의를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