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천과 종묘 사이에서, 세계유산의 경관을 생각하다
그동안 암각화 사진을 보며 감탄한 적은 없다.
바위에 새겨진 그림은 오래되고 귀한 유물일 뿐, '와, 정말 아름답다. 꼭 지켜야겠다'는 감정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반구천'이라는 장소, 경관 전체를 담은 사진을 보고 처음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최근 울산시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관람객이 크게 늘었다는 기사를 썼다. 작년 등재 이후 관람객 수는 등재 전인 2024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누적 관람객은 150만 명을 넘어섰다.
개발이나 대규모 시설 확충 없이, 잘 보존된 경관과 유산 그 자체가 공간의 가치를 끌어올린 사례였다.
그 기사를 준비하며 내가 주목한 것은 암각화가 아닌 반구천의 풍경이었다.
구불구불한 물의 흐름이 빚은 절벽의 곡선, 그리고 계절이 가득 머문 골짜기였다.
이곳이 왜 세계유산인지,
설명보다 경관이 먼저 답해 주었다.
이 경험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종묘 경관 논쟁을 떠올리게 했다.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계획이 변경되며 건물 높이가 기존 71.9m에서 141.9m로 상향됐고, 이를 계기로 세계유산 종묘의 경관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됐다. 개발과 보존이 충돌하는 오래된 질문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다.
지난달 취재했던 서울대 종묘경관 시뮬레이션 심포지엄에서 손용훈 센터장은 말했다.
“한번 바뀐 경관은 되돌리기 어렵다.
경관 변화가 불가피한 것인지,
받아들일 수 있는 변화인지에 대해
바뀌기 전에 뜨겁게 논의하고 싸워야 한다”
그 말은 반구천의 풍경과 겹쳐 오래 남았다. 문화재는 복원할 수 있어도, 경관은 되돌릴 수 없다는 뜻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반구천 암각화의 사례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자연유산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 반드시 발전을 가로막는 선택은 아니라는 것.
오히려 잘 보존된 경관이 사람을 불러오고 공간의 공공성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을 새로 짓지 않아도, 보호 자체가 또 다른 활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곳은 보여주고 있다.
활용을 말하기 전에, 무엇을 잃게 되는지 먼저 묻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언젠가 반구천에 직접 서보고 싶다.
오래전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앞에서, 아무것도 덧붙이지 않아도 이미 충분한 경관을 오래도록 그저 바라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