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dd9 햇살, Cmaj7 석양

햇살도 코드처럼 들리는 날이 있다

by Book Challenge CAFE

점심시간에 가까운 한강공원으로 걸어 나갔다.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지는 오후 햇살은 마치 Cadd9 코드 같은 느낌이었다.
밝지만 눈부시지 않고,

어딘가 여백이 남아 있는 화음처럼

부드러운 빛이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햇살을 받으며 한 시간쯤 천천히 걸었다.
이어폰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오래 앉아 있으면 등이 굳고 허벅지 뒤가 당긴다. 덩달아 생각도 뻣뻣해진다.
조금 걷고 나면 몸이 먼저 풀리고, 생각도 유연해진다.


사무실로 돌아와 보도자료를 검토하다가 피식 웃음이 났다.
조경수 모범농장 수상자가 상장을 들고 서 있는데 표정이 너무 고목(枯木) 같았다.

‘상 받았는데 저 표정이면…
수갑을 채워도 비슷한 표정 아닐까.’

수상자의 무뚝뚝한 표정 뒤에 신혼여행, 돌잔치, 개업식, 해변에서의 휴가 같은 장면들을 상상으로 번갈아 끼워 넣으며 혼자 키득거렸다.

몸이 굳어 있을 때는 이런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좁은 화면 속에 시선을 가두고 있으면

세상도 그만큼 좁아진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자연과 연결되면

몸의 긴장이 풀리고 감각이 다시 깨어난다.
사람의 표정도, 햇살의 결도,

사소한 웃음도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오후에 국장님이 사과 한봉다리를 건네주신 것도 재미있었다.

과수원집 딸에게 사과를 선물하다니.

생산지도 고향 근처였다.

과수원집 딸은 절대 사과를 아껴 먹지 않는다.

나는 농장에서처럼 사과를 우걱우걱 통째로 먹었다.
공복에 먹은 탓에 속이 좀 쓰렸지만 묘하게 괴롭다기보다는 웃긴 상황이었다.

사과를 먹으며 국장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언제부터 주말 취재를 내려놓으셨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툭 던져진 질문에 국장님은 꽤 진지한 이야기까지 풀어놓으셨다.


돌아보니 내 말투가 여전히 인터뷰어 같았다.

직업병이다.

인터뷰할 사람이 없을 때는

서로 연습이라도 하는 것처럼.





지금 나는 붐비는 전철 안에 서 있다.
창밖으로 도시가 붉은 석양에 잠긴다.
맞은편의 한 사내가 휴대폰을 들어 그 장면을 찍는다.


그의 시선은 전철의 소음과 탁한 공기를 벗어나 창밖의 하늘과 이어졌다.

어쩌면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도 Cmaj7 같은 화음 하나가

흐르고 있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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