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간의 미국 일상기록(8)
뉴욕은 여행자들의 도시답게,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다.
그 이벤트가 여행자들이 머물 충분한 이유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연말을 제외한 뉴욕의 겨울은 현지인들도 추위를 피해 거리를 다니는 일이 없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뉴욕은 1월 중순부터 2월 초에 걸쳐 NYC Week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NYC Restaurant Week, NYC Broadway Week, NYC Must-see Week, NYC Hotel Week까지 총 4가지 분야에서 이벤트를 하고 있다. 레스토랑 위크와 브로드웨이 위크는 기존에도 익히 알고는 있었는데, 머스트씨 위크와 호텔 위크가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안 사실이다.
다행히도 NYC Week 이벤트 덕에.
추웠던 겨울 뉴욕의 기억만이 아닌, 뉴욕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도 흠뻑 빠졌던.
그런 겨울의 뉴욕으로 기억 남게 되었다.
미국에 대한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길거리에서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운 곳이다.
뉴욕이 세계적인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특히나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어 인종 간의 갈등이 여전히 사회적 문제이다. 인종의 다양성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라던가 음식에 있어서 옵션의 다양화로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다는 것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되기도 한 반면, 깊고 깊은 인종갈등의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어두운 면이다.
미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유럽의 백인들이 원주민을 몰아내고 식민지화 시켜 정복했고, 미국의 비옥한 땅에 여러 인종이 이주해오면서 형성된 나라이다. 그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인종이 있는 것이 어찌보면 현재의 미국의 정체성인데,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미워하고 협오하는 것인 의미가 있는 것인가. 알 수 없다.
2022년이 된 현재까지도 미국 뉴욕에서는 여전히 아시안 인종혐오로 범죄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 번화가 등에서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까 싶겠지만 현재 진행형의 상황이다.
다시금 지난 기억을 소환해본다.
맨해튼 시내로 이동을 하던 날, 아침 뉴스에서 길가던 아시아인을 차가 달리던 차도로 밀쳤다는 뉴스를 접하니 이 일정 이대로 괜찮은가. 많은 고민을 하게 하면서도 이동하는 내내 더더욱 신경을 쓰고 몸을 사리고 다녔다.
이러저러한 이유에서 안전을 위해 어두워 지고는 거리를 돌아다니지 않았다. 야속하게도 뉴욕의 겨울은 실제로도 체감상으로도 해가 더 빨리 지는 것만 같았다. 긴 뉴욕의 밤을 놓치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그렇게 뉴욕 맨해튼 도심 안에서 2박 3일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뉴욕의 밤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큰 마음먹고 결정한 '2박 3일 일정'이다.
두 번의 밤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관람'과 '전망대에서의 해질녘부터 야경 관람'으로 점지해둔 상태였다.
완벽한 밤을 위해서는 숙소가 필수였다. 맨해튼 안에는 촘촘하고도 빼곡하게 여행자를 기다리는 숙소가 자리 잡고 있다. 이동 경로를 고려하여 타임스퀘어 근처에 있는 숙소를 알아봤다. 뉴욕 물가를 고려해도 호텔 위크 이벤트를 적용한 숙소의 가격은 합리적으로 다가왔다. NYC Hotel Week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지역에서 호텔을 선택한 후 연결되어 있는 예약 페이지에서 예약을 완료했다. 물론 모두 영어로 된 페이지였다. 구글로 번역해가면서 확인하기를 여러 차례 했었다.
그렇게 선택한 숙소는 Moxy 타임스퀘어점이었다.
예상외로 국내 서울 호텔 숙박보다 저렴했다. 2박에 $229였으니 매우 괜찮은 편이다.
신생 호텔답게 체크인도 셀프로 가능하도록 키오스크가 배치되어 있는 이곳은 말 그대로 요즘 호텔이었다. 호텔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답게 몇 번의 당황이 있었지만, 체크아웃하는 때만큼은 아주 호텔에 익숙해졌는데 안녕이다. 저렴함의 원인이었을 수 있는 객실 내에 미니 냉장고, 커피포트, 슬리퍼가 없었지만, 푹신하고 큰 침대가 여행자의 노곤함을 풀어주기에는 충분했다. 4개의 엘리베이터는 객실 키를 태그 하면 움직이고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점등이 된다. 객실에서 공용공간을 갈 때 빼고는 1층에서 객실 키를 태그 하면 내가 머무는 숙소 층으로 자동으로 도착하기에 별도로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었다.
오전의 2층 호텔 라운지에서는 편안히 조식을 먹을 수 있는 의자와 세상 힙한 음악이 흐른다. 간단한 드립커피를 포함하여 요거트, 빵, 과일, 시리얼바 등을 무료로 먹을 수 있다. 예약할 때 조식이 포함이었는지 아니였는지가 애매했어서 라운지에 일단 드립커피는 겟 하고 앉았는데, 으레 이런 곳에 배치되어 있을 법한 빵 같은 것들이 보이지는 않았다. 커피만이라도 마시자라고 앉아서 한 모금 하면서 둘러보니, 다들 황색 봉투를 들고 있어서 1층으로 내려가 보니 예상했던 대로 바구니에 스몰 푸드가 잘 차려져 있었다. 역시 눈치가 있어야 밥도 챙겨 먹을 수 있다.
룸 내부에 비치된 물은 여느 곳과 같이 유료다. 물 한 개에 무려 $5 가격이라, 근처 target 마트에 가서 3L 물을 미리 사둔 상태였다. 시내 관광을 하고 돌아온 깨끗이 정리된 룸에 물이 추가로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여기서 이렇게 눈탱이를 맞게 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불안한 느낌이 왔다. 마침 눈과 비로 유난히 고됐던 두 번째 날 일정 저녁이라 컵라면이 고프기도 했다. 뜨거운 물을 구할 수 있는지도 궁금했기에 1층 카운터로 가서 실전 영어에 도전했다. 미리 물어볼 말을 되뇌이고 가서 질문하고 답변을 받아냈다. 룸넘버를 확인하고 물에 대한 금액이 추가 청구되지 않음을 확인했고, 뜨거운 물에 대해서는 커피포트를 방으로 올려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원래는 돈을 받는 그 문제의 물 두 개를 나에게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어리둥절해하니, 이것은 공짜란다. 약간의 진땀을 뺐던 뜨거운 물 공수 사건으로. 한결 편한 기분으로 컵라면을 방 안에서 편하게 호로롭 했다.
뉴욕에서의 식사 경험은 손에 꼽는다.
코시국이라 실내에서의 식사가 꺼려지기도 했고, 뉴욕은 유난히도 물가가 비싸고 팁과 세금까지 지불할 것을 고려하면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식사비에 뉴욕주의 tax. 9% 정도, 그리고 추가로 tip 20% 정도가 추가 지출된다고 보면 맞다. 메뉴판의 가격 그대로만 생각하면 절대로 안된다.
뉴욕 레스토랑 위크에는 레스토랑마다 가격은 다를 수 있지만 런치, 디너 2코스-3코스를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29/$39/$59)으로 구성하고 있어 도전할 만은 하다. 해당 웹 사이트에서 NYC Restaurant Week 시작 일주일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모바일로 간단하게 예약이 가능하고 당일에도 모바일로 리마인드 안내와 예약 확정에 대한 답변을 하는 등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한 번의 레스토랑 위크를 예약했었지만, 예상보다 길어진 이전 일정으로 인해 레스토랑 예약을 부득이하게 취소하고 말았다.
맨해튼 시내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곳은 [갤러거스 gallaghers steakhouse new york]이다. 레스토랑 위크 전에 방문하기는 했었지만, 평상시에도 레스토랑 위크와 같은 가격으로 런치 메뉴를 팔고 있었다. 여기는 런치 3코스에 $29라는 가격으로 매일이 레스토랑 위크나 다름없었다. 가성비 좋은 뉴욕 스테이크 레스토랑이라는 블로그 후기를 보고 방문하게 되었다.
다소 작았던 입구와는 달리 내부는 매우 넓었고 전통이 있는 듯한 짙은 나무색의 인테리어로 미국 스테이크하우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평일 런치타임이기는 해도 점심이 비껴간 오후 3시에 방문했음에도 실내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내부 조도가 낮아 낮이라는 것을 잊고 저녁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BAR에서 가볍게 술을 마시는 사람들,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는 사람들, 공간을 가득 채운 영어 대화들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샐러드로 시작하여, 필레미뇽 스테이크, 뉴욕치즈케이크로 이어진 코스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뉴욕은 뮤지컬의 중심이기도 하다.
브로드웨이에서 올려진 공연은 오리지널 작품으로 이중 여럿 작품은 해외 공연을 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브로드웨이에는 뮤지컬마다 극장을 보유하고 뮤지컬을 올린다. 그래서 브로드웨이를 걷기만 해도 어떤 뮤지컬을 올리는 극장인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길을 걷다가 라이온킹, 알라딘, 시카고, 위키드, 캣츠, 오페라의 유령 그리고 심지어 최근작인 해리포터 극장도 시선을 끈다.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는 나도 몇 차례 뮤지컬 관람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그 귀했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관람은 언제나 짧았던 여행 일정 탓에 시차 적응 실패의 여파로 어김없이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일부 장면들이 하얗게 비어 있다. 대체로 저녁 공연이기에 짧은 일정 내에 관람을 원한다면 시차 적응이 어느 정도 된 뒷 일정으로 미루는 것이 좋다. 미국에 도착한 다음날의 일정으로 잡았던 [오페라의 유령]은 거의 기억에서 소멸되었다.
브로드웨이 위크에서 선택한 뮤지컬은 바로 [라이온킹 The Lion King]이다.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후 브로드웨이에서 최장기간 사랑받아온 뮤지컬답게, 한국에도 내한공연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무대 연출은 정말 상상을 뛰어넘기 때문에 직접 봐야 안다. 아프리카 대자연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동물들의 움직임을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 일지 감탄하게 된다. 뮤지컬 노래도 유명하고 익숙한 것이 많은데, 특히 지난날의 걱정을 지우고 현재에 충실하자는 내용의 ‘하쿠나마타타’는 너무나도 귀에 익숙하다.
뮤지컬을 보기 위한 첫 단계인 티켓 구매.
극장 내부의 위치에 따라 혹은 구매 시기에 따라 저렴하게 뮤지컬 공연 티켓을 구매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당일에 남은 공연표를 싸게 파는 곳으로 TKTS를 이용하려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열정이 필요하고, 공연 시작 두 시간 전에 추첨하는 로터리(Lottery) 티켓은 운이 따라줘야 한다. 이런 부담을 줄여준 것이 브로드웨이 위크였다. 그리고 NYC Week 덕을 가장 많이 본 것은 역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었다. 브로드웨이 위크에서는 티켓 2장을 1장 값이 구매할 수 있다. 1+1인 샘이다.
브로드웨이 위크에서 선택할 수 있는 좌석은 한정적이기는 했지만, 입체감 가득했던 무대장치를 고려하여 1층이 아닌 2층의 사이드 앞쪽으로 선택했다. 고심 끝에 선택한 좌석은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좌석이었다. 암전 이후 뮤지컬이 시작되었을 때 불과 2m 앞에서 산양 분장을 한 배우분의 우렁찬 노래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렇게 연기하는 배우분을 가까이서 본적은 처음이었다.
이미 어린이 만화로도 접했고 영화로도 접했기에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느라 진땀 빼는 일이 없이, 오롯이 무대 연출과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공연을 보고 난 후에도 한동안 무대의 벅찬 감동이 잔상처럼 남았다. 정말 보기를 잘했다.
어둠이 내린 뉴욕 맨해튼은 낮보다도 화려했고,
여전히 할 것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