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컨셉은 '대화상담소'다. 등장인물들은 대화에 대한 각자의 고민을 들고 온다.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은 상담소에 있는 '같이'다. 책은 각 꼭지별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대화에 대한 조언을 건네는 '같이'의 대화를 담았다.
책의 대화는 사실 쉽게 쓰여 있다. 허나 담은 내용이 쉽지만은 않다. 매 장의 대화가 겸양의 격률, 양의 격률, 순서 교대 원리, 소극적/적극적 체면 등 생소한 부제목들을 달고 있다. 저자인 김세연 학생이 직접 품을 들여 연구해 풀어낸 화법의 원리들을 담고 있는 까닭이다. 대화의 재료는 김세연 학생이 직접 주변의 사람들 10여명을 인터뷰 해 수집한 말하기의 고민들이다. 혼자 연구하고, 글도 쓰고, 삽화도 그려냈다는 김세연 학생을 만났다.
어쩌다 이런 책을 쓸 생각을 했어요?
책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먼저 떠올랐던 주제 중 하나였어요. 제 고민이었거든요. 거꾸로캠퍼스에 있다보면 친구들이랑 대화를 정말 많이 해요. 근데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자주 이야기하다보면, 답답할 때가 있거든요. 특히 딱 정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보다는, 돌려서 표현하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그런게 좀 답답했어요. 저는 직설적인 편이거든요.
책쓰기 프로젝트는 뭐에요?
수선(글말교사 김선수)이 진행하는 '책쓰기 워크숍'이에요. 책을 써 볼 수 있다고 해서 진행했고, 포도(김수연)랑 같이 했어요. 포도는 평소 관심있던 성평등 관련한 책을 썼고요. 책을 쓰는 과정은 저희들이 스스로 했지만, 책쓰기를 하다가 막히거나 힘이 들 때 수선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림도 직접 그렸다던데
맞아요. 사실 일기가 아니면 글쓰기나 말하기는 안좋아해요. 그림 그리는 걸 더 좋아하죠.(웃음)
그럼 어렵다고 느끼지는 않았는지
어려웠죠. 화법 원리들은 엄청 딱딱한데, 원리 그대로를 적으면서, 그 뜻을 일상적인 언어로 바꿀 수 있을까.
일단 화법이론들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대화를 잘 하고 싶으면 뭘 배워야 하지? 하는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화법의 원리를 설명하고 싶었어요. 일단 제가 알고 싶었고요.
그래서 책을 쓰면서 많이 배운 것 같나요?
돌려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서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돌려 말하는 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거래요. '이렇게 돌려 말해도 내 말을 알아 듣겠지'싶은 친근감이거나, 오히려 어느 정도 독립적인 거리를 둬서 자기 방어를 학고 싶은 욕구일 수 있다는 거에요. 이걸 알고 나면 태도가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아 왜 돌려 말하는 거야!" 하는 짜증을 내는 대신, '아, 친해서 그런건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공부가 많이 필요했겠어요.
도서관에서 <화법교육론>을 비롯한 책들을 찾아 공부했어요. 화법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책들을 뽑아서, 공신력 있는 저자 중심의 책들 가운데 목차를 보고, 아주 깊이 세분화된 것 보다는 기본적인 원리들만 있는 것들을 골라 공부하는 방식으로 연결했어요. 너무 지나치게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것은 일부러 뺐고요. 어느 책에는 '겸양의 격률', 이렇게 어려운 말이 있고, 또 어느 책에는 '상대방을 배려하세요'하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통일성있는 핵심원리로 추릴 수 있을까가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다 쓰는데 얼마나 걸렸어요?
6주 정도 걸렸어요. 하루에 3~4시간씩 썼어요.
<무슨 말이야?>(김세연 저) 책 가운데 한 면.
쉬운 일이 아닌 것처럼 들리는데요.
힘들어서 엄청 울었던 적이 있었어요.
책에 들어갈 개념들을 뽑아야 하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는거에요. 그래서 한 3일 동안 그동안 연구한 책들을 마인드맵만 그려서 쳐다 봤었어요. 진짜 눈물이 나더라고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수선에게 '전 못하겠어요'라고까지 했었어요. 수선이 기준을 만들어서 처음엔 도와주셨는데, 나중에는 거기서 제가 또 조금씩 수정했어요.
인터뷰는 어떻게 한 거에요?
10여명 정도 했는데, 다른 것보다는 청소년-성인 비율을 맞춰보려고 했었어요. 너무 청소년들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게요. 사실 누구나 대화에 대한 고민이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각 장에서 다루는 화법 원리에 맞춰서 인터뷰 질문을 구성했어요. '소극적 체면'이라고 하면 '대화하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다고 느낀 적이 있는 지?'라고 하는 식이었죠. 소극적 체면이 '다른 사람에 의해 내 욕구가 방해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거든요.
다 썼던 날 기억나요?
잤어요. 너무 후련해서. 딱 목표한 날에 맞춰서 교보문고로 보냈거든요.
책을 직접 추천해 주신다면
<무슨말이야?>는요, 대화 상황에서 어려움을 느낌 사람들이 찾아가는 가치상담소를 배경으로 해서, 거
기에 참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화의 원리를 설명해줍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이 책을 읽으셔야 합니다. 우리는 한 사람 이상과는 대화를 하며 살아야 하잖아요.
서로 주고 받던 말 한마디가 짜증나면, 하루 기분이 별로잖아요. 기분 좋게 살기 위해서 우리는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책 뒷면에 있는 '같이 있는 대화하세요' 도 그런 뜻으로 넣었어요. '같이'있어야 '가치'있는 대화가 필요하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