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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uture Job Nov 22. 2020

세포농업, 미래 먹거리를 바꾸다

세포 농업(cellular agriculture) 들어보셨나요?

육류, 어류, 해산물의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세포 배양실이 농장이고, 과학기술자가 농부인 셈이죠.


왜 하필 실험실 고기일까요?

식량위기, 환경문제, 동물복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약 10년 전부터 세포 배양 식품이 연구되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향후 40년 동안 육류 수요가 2/3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의 생산방법으로는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아야 하는 가장 위협적인 이유지요. 둘째, 소가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꼽히는 메탄을 자동차 배기가스보다 더 많이 배출할 뿐만 아니라 축산농장에서 발생하는 토양오염과 수질오염 역시 환경을 파괴합니다. 셋째, 비좁은 공간에서 비윤리적으로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이 세계 축산농가의 약 90%라고 하는데요. 최소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고기를 생산하려는 인간의 욕심 때문이죠. 또한 과다한 항생제와 살충제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고기를 사육하는 방법을 생각해내기 시작했고, ‘깨끗한 고기(clean meat)’, ‘배양된 고기(cultured meat, cultivated meat)’, ‘실험실 고기(lab-grown meat)’, ‘세포 기반 고기(cell-based meat)’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연구 및 개발되었습니다.  



실험실 고기, 정말 먹을 수 있을까요?

실험실 고기가 최초로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3년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습니다. Maastricht University의 Mark Post 박사가 소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후 20,000개의 근육섬유를 배양해 고기를 만들었는데, 그 고기로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 음식 평론가들이 시식하는 장면이 TV 전파를 타면서 알려졌습니다. 당시 맛에 대해서는 일반 고기와 동일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질감이 질기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지방세포를 함께 배양해 풍미를 개선하면 된다는 간단한 솔루션으로 응대했습니다.


<출처:  Mosa Meat 홈페이지, Mark Post 박사>


육류뿐 아니라 최근에는 스타트업들이 거액의 투자 지원을 받으며 세포 기반의 실험실 먹거리를 다양하게 연구 중인데요. 세포 배양 식품을 두고 혹자는 ‘지난 1만년 동안 보았던 것보다 앞으로 10년 동안 더 많은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린밀크? 분유 대신 실험실 모유?

실험실에서 배양된 먹거리가 아무리 보편화 되더라도 내 아기에게 먹이는 것은 망설여질 텐데요. 실험실 분유 만들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19년 설립된 싱가포르 스타트업 TurtleTree Labs는 젖소의 세포를 이용해 실험실에서 우유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갓 짜낸 우유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줄기세포를 증식시켜 젖을 분비하는 유선세포(mammary gland cells)를 생성한 후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우유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실험실에서 생산된 우유는 공장식 축산농가가 아닌 깨끗한 환경에서 생산되었다고 해서 그린밀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출처: TurtleTree Labs 홈페이지>


이론적으로는 동일한 방법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모든 포유류의 젖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TurtleTree Labs의 주장입니다. 실험실 우유 생산에 이어 2020년 4월에는 사람의 모유 역시 실험실 생산에 성공했습니다. 아직 임상시험, 승인절차, 대량생산, 가격조정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지만 분유 대신 실험실 모유를 먹일 날이 분명 오겠죠.


공동 창업자 Fengru Lin과 Max Rye가 실험실 모유를 개발한 목적은 분유회사에 라이선스를 판매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최대한 모유와 비슷한 분유를 만드는 것이 분유 제조업체의 최대 목표라는 점을 알았기 때문일 텐데요. 실제로 현재 세계 top5 분유제조업체 중 4개 업체가 이미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실험실 모유 생산에 도전하는 또 다른 스타트업 BIOMILQ는 2020년 1월 미국에 설립되었습니다. 공동 창업자 Leila Strickland는 세포 생물학자로서 바쁘지만 모유 수유를 포기하기 싫었던 자신의 경험을 계기로, 모유 수유가 불가능하다면 분유보다 건강에 좋은 실험실 모유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회사 설립 없이 3년 동안 남편과 둘이서 지겹도록 연구했다고 합니다. 연구를 포기할 무렵 식품 과학도이자 Bill and Melinda Gates Foundation에서 일하던 Michelle Egger를 알게 되어 함께 회사를 공동 설립하고, 마침내 지난 6월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350만 달러(약 40억원)를 투자 받아 연구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BIOMILQ가 TurtleTree Labs와 다른 점은 분유회사가 아니라 소비자 판매를 목표로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엄마의 실험실 모유를 아기에게 먹일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인데요. 임신 중인 산모에게 미세한 바늘을 찔러 세포를 확보하는 생검 절차를 거쳐, 그 세포 샘플을 실험실에서 배양해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미리 엄마의 모유를 생산하는 방법입니다.


<출처: BIOMILQ 홈페이지>


진짜 모유와 실험실 모유, 성분이 같을까요?

실험실 모유가 실제 모유와 동일한 성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유는 원래 혈액이 모유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체외에서 생산되는 실험실 모유는 그런 과정을 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항체가 형성될 수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면역력 강화와 같은 중요한 성분을 얻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부족한 성분은 모유 수유를 통해 얻어야 하므로 진짜 모유 수유와 실험실 모유 수유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Strickland의 설명입니다.


세포 기반의 음식에 대한 연구가 하나 둘씩 성과를 보이며 미래 먹거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차가운 실험실에서 배양된 소위 ‘깨끗한 고기(clean meat)’와 공장식 축산농장에서 자란 일반 고기 중, 여러분은 어떤 고기를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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