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껌을 100% 식물성 껌으로
껌에 플라스틱 성분이 있다는 거 알고 계신가요? 껌의 주원료는 초산비닐수지라는 성분인데 석유에서 합성된 플라스틱의 한 종류라고 합니다. 플라스틱 병, 접착제, 페인트, 고무 타이어에도 함유되어 있는 성분으로 늘 논란이 되고 있죠.
껌을 언제부터 씹기 시작했을까요? 원래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고대 마야문명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마야문명이 사라진 후에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에게 전해졌고, 껌이 본격적으로 상업화되기 시작한 것은 1880년대 후반 미국 발명가 Thomas Adams에 의해서였습니다.
그가 처음에 만들고자 했던 것은 껌이 아니라 고무였습니다. 당시 미국으로 망명한 멕시코 대통령(Antonio Lopez de Santa Anna)으로부터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사포딜라 나무와 마닐카라 나무에서 채취한 고무처럼 끈끈한 수액인 치클(chicle)로 고무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죠. Santa Anna는 고무 대체품을 개발해 부를 일궈 멕시코에서 다시 권력을 잡을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Thomas Adams는 고무 대체품 만들기에 실패했고 남은 치클을 이용해 동그랗게 만들어 껌을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것이 최초의 상업적 껌은 아니지만 이 이후 껌 회사들은 치클을 베이스로 껌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900년대 중반 치클이 합성 성분으로 대체되기 전까지는요.
껌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건 껌의 주원료가 치클에서 훨씬 저렴한 초산비닐수지로 대체되면서부터인데, 이때부터 우리가 플라스틱 껌을 씹게 된 셈이죠.
껌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한 도시에서만 해마다 150만kg의 껌이 버려지고,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100,000톤의 껌 폐기물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길바닥에 붙은 껌을 제거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뿐 아니라 껌이 생분해 되는데도 수백 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또한 길바닥에 버려진 껌에 들어 있는 미세 플라스틱은 비가 오면 하수구와 강물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서 해양 생물이 먹게 되고,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사람이 먹게 된다고 합니다. 무심코 씹고 버린 콩알만한 껌딱지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어 돌아오는 거죠.
건강과 환경 모두 안심하고 씹을 수 있는 껌은 없을까요?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몇몇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집에서 천연 수제 껌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2020년 10월 최근 100만 유로(약 13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덴마크 스타트업 True Gum인데요.
2017년 코펜하겐에서 네 명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는데, 이들이 플라스틱 없는 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우연이었다고 합니다. 공동 설립자 두 명이 한 디너파티에서 유기농 건강식을 먹은 후 습관처럼 껌을 씹으려고 할 때였습니다. 형광색에 가까운 초록색 껌이 조금 전에 먹은 유기농 음식과 완전히 상반되는 건강하지 않은 식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껌에 플라스틱 성분이 함유되었다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되었다고 하네요.
식사 후 습관적으로 껌을 씹기 때문에 하루에도 두세 차례씩 껌을 씹었던 그들은 더 이상 플라스틱 껍을 씹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껌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로부터 1년 후 건강한 껌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회사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100% 식물 기반의 천연 재료를 사용해 건강에도 좋고 생분해성 껌으로 환경도 오염시키지 않는 플라스틱 없는 껌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나무에서 얻은 고무 수액 치클을 베이스로 천연 향료를 넣고 스테비아와 자일리톨로 단맛을 냅니다. 또한 나무를 베지 않고 옛날 방식으로 치클을 채취하기 때문에 산림을 보전하면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울 수 있다고 True Gum은 말합니다.
최초의 레시피를 완성한 건 집 부엌에서 472번의 실패 후에야 얻은 결과물이었습니다. 현재는 민트&말차, 생강&강황, 감초&유칼립투스, 라즈베리&바닐라와 같이 다양한 종류의 껌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는 고속성장을 목표로 속도와 효율성 중심으로 산업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건강 침해, 환경 파괴와 같은 치명적인 문제들을 초래했는데요. 최근 미국과 유럽의 스타트업들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규모가 큰 회사보다 스타트업이 건강과 지구를 지키기 위한 지속가능한 식품,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전환시키는데 앞장서면서 미래 산업을 이끌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