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하는 패션업계
내 몸에 꼭 맞는 청바지를 구입해본 적 있으신가요? 브랜드마다 사이즈가 달라서 같은 옷을 여러 벌 입어보고, 내 몸에 맞게 옷 길이를 수선하는 번거로움을 경험해보셨을 텐데요.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신체 사이즈도 제 각각인데 나에게 꼭 맞는 옷을 찾는 건 쉽지 않죠. 정해진 사이즈 안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내 몸에 딱 맞는 사이즈의 옷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디지털 기술의 혁신은 소비시장에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3D 스캔을 통한 맞춤형 옷 제작도 그 중 하나인데요, 디지털 핏으로 개인 체형에 꼭 맞는 옷을 제작하는 새로운 개념의 의류 제작이 패션업계에 도입되었습니다.
미국에 설립된 Redthread는 2018년 10월 클라우드 소싱으로 시작된 회사로, 창업자 Meghan Litchfield는 ‘size medium’ 대신 ‘size me’를 모토로 테크를 이용해 ‘나’ 중심의 맞춤 옷 제작 아이디어를 실현시켰습니다.
스마트 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리하게 맞춤 옷을 주문할 수 있는데요. 웹 사이트에 들어가 주문 제작 항목에서 스타일을 정하고, 휴대폰으로 두 장의 전신 사진을 찍어 보내면 사진은 사라지고 3D 측정 데이터만 전송됩니다. 개인 사진의 외부 유출을 차단하는 것이죠. 그리고 주문 후 일주일이면 제작된 옷이 집으로 배송됩니다.
Redthread는 현재 티셔츠(78달러), 재킷(168달러), 발목 길이 바지와 와이드 팬츠(각 148달러)의 네 가지 품목을 판매합니다. 품목은 다양하지 않지만 자주 입을 수 있는 평상복을 아이템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정확한 3D 신체 사이즈 측정이지만, 회사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테크 회사로부터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받아 사용하고 있죠. 기술력이 없어도 어떻게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세상을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여성복 맞춤 스타트업인 Isabella Wren은 홍콩에 기반을 둔 회사로 전문직 여성들의 옷을 제작 판매합니다. 창업자 Sarah Chessis는 글로벌 금융업에 종사하던 본인의 경험을 통해 전문직 여성들에게 체형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단정하면서 자신감을 주는 옷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런 종류의 옷을 쉽고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전문직 여성복 제품군에 3D 기술을 결합하여 맞춤복을 여성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을 만들었는데요. 고급 원단과 클래식한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칼라, 소매 등 개인의 개성과 스타일을 반영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했습니다.
이 두 회사 외에도 남성 셔츠 전문, 여성 블라우스 전문 등 여러 스타트업들이 유사한 컨셉과 시스템으로 의류 산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남성 셔츠 전문으로 시작한 미국의 Proper Cloth의 창업자는 패션업계 종사자도 아니고 테크를 잘 아는 엔지니어도 아니지만, 새로운 패션 사업 모델의 선두주자가 되었습니다. 패션과 기술을 잘 몰라도 그 경계의 접점을 찾아 경계를 허물 줄 아는 사람은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패션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공장의 대량 생산에서 개인 맞춤형 생산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업계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변화가 더욱 주목 받는 이유는 자원을 낭비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소비자가 주문한 후 생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버려지는 옷이 없습니다. 이는 심각한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패스트패션과 상당히 대조적이죠.
아디다스나 아마존과 알리바바 같은 공룡기업들도 의류를 소비자 주문으로 생산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뤄보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