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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uture Job Apr 25. 2021

신선한 딸기를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 없다?

잎 채소에서 과일로 수직농장의 진화

딸기를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미국과 일본에서는 수직농법이 상당히 발전했는데요. 그 동안 잎 채소에 대한 수직농법의 성과는 상당한데 비해 과일에 대한 결과물은 미비했습니다. 잎 채소는 재배 주기가 짧은 반면, 과일은 열매를 맺고 수확하기까지 10배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고 수분공급 과정이 복잡해 실내 재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본인 청년 Hiroki Koga는 일본 딸기를 미국에 가져가 실내 수직농법으로 상품화하여 1년 내내 딸기를 공급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브랜드명도 ‘맛있다’는 뜻의 Oishii(오이시)라는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일본의 정체성을 반영한 딸기라고 할 수 있죠.


<출처: Oishii 인스타그램>


250여개의 일본 딸기 품종 중 최고의 하나인 Omakase Berry를 상품화한 것인데요. 일반 딸기보다 훨씬 달콤하고 향이 진하며 크림처럼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산 일반 딸기의 당도가 6브릭스인데 비해, Omakase 딸기는 농장에서 열매를 따기 전의 당도가 13-14브릭스라고 하니 상당히 달콤한 것 같습니다.


Omakase 딸기는 일본 산기슭에서 따뜻하고 건조한 겨울에만 자라는데, 이 독특한 기후를 실내 농장에서 완벽하게 재현함으로써 일관된 맛, 식감, 크기를 완성한 것이죠.


<출처: Oishii 인스타그램>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과학기술과 전통농법을 결합했는데요. 로봇이 하루 수백만 장의 사진을 찍어 시각적 데이터를 기록하고 빛, 온도, 습도, CO2, 풍속과 같은 환경 데이터를 자동화하여 모니터링 합니다. 한편,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꽃의 수분 과정이 필요한데 이 역할을 전통방식대로 꿀벌이 합니다. 실내 농장 곳곳에 벌통을 설치해 벌들이 여왕벌과 함께 서식하며 안전한 환경에 있다고 믿게 만듭니다. 실내 수직농법은 무공해 청정환경을 지향하는데, 이 딸기 농장은 일부러 곤충의 서식을 유도했다는 점이 기존 수직농업과 다릅니다.   


<출처: Oishii 인스타그램>


수직농업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딸기 농장보다 농지와 물을 덜 사용하고, 해충이 없는 청정 환경이기 때문에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직원들도 농장에 들어가기 전에 3단계의 오염 제거 절차를 거쳐야 할 만큼 깨끗한 환경에서 재배됩니다. 또한 대도시 곳곳에 수직농장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농산물 유통을 위한 장거리 이동이 필요 없습니다.


수직 과일농장은 사실상 1년 내내 동일한 과일을 재배할 수 있는 실내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제철 과일의 의미가 없어지고, 또한 토양과 기후 등 동일한 환경 조건을 세계 곳곳 어디서든 재현함으로써 지역 특산품의 의미도 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출처: Oishii 인스타그램>


미국 뉴저지에서 재배되고 있는 이 Oishii 딸기는 한 개에 5달러로 상당히 비싸지만, 2017년 회사를 설립한 후 3년 동안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반응이 좋은데요. 이 회사가 가장 먼저 공략한 판매 대상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과 5성급 호텔의 셰프들로, 시음 메뉴를 만들고 이를 인스타그램에 올려 더 많은 요리사들과 연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마트에서도 판매되고 있지만, 사업 초기에 비싼 고급 딸기의 가치를 알아보는 수요층을 정확히 꿰뚫어 본 것이죠. 일관된 맛과 품질의 딸기를 계절에 상관없이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도 셰프들이 주목하는 포인트였다고 합니다.



창업자 Hiroki Koga는 일본 수직농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5년 미국에 MBA를 공부하러 갔다가 미국시장에서 기회를 본 것인데요. 처음부터 딸기라는 품목을 정해놓은 건 아니었습니다. 일본인인 그가 미국에 갔을 때 농업 종사자들이 작물의 질보다 양에 중점을 두는데 놀랐다고 하는데요. 훗카이도에서 생산된 한 쌍의 멜론이 27,000달러(보통 한 개에 약 300달러)에 경매되는 일본의 고급 과일문화에서 비즈니스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작물의 종자 개발 연구가 활발한 일본에는 양질의 농산물이 많은데, 이를 세계적인 요리사들이 살고 있는 미국 뉴욕에 가져가 상품화시킨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했고, 수익성 있는 작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딸기가 빠른 시간 내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죠.


이 스타트업은 최근 2021년 3월 시리즈 A라운드에서 5천만 달러의 자금을 조성했는데요. 이 자금으로 또 다른 딸기 품종을 비롯해 토마토, 포도, 멜론 등 다른 유형의 농산물을 연구하고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초기 단계로 생산비용이 많이 들지만, 점차 생산비용이 감소하고 소매가격도 인하되면 저렴하고 맛있는 과일을 지역과 계절에 상관없이 전 세계 사람들이 소비하게 될 텐데요. 이런 실내 수직농장을 저렴한 비용으로 세계곳곳에 쉽게 설치할 수 있게 된다면, 더 이상 토양과 기후가 작물 재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런 날이 온다면 가장 당도 높은 딸기 품종처럼 각 작물마다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품종 하나가 세계를 제패할 수도 있겠다는 무서운 상상을 해봅니다. 결국 실내 수직농업과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소수의 우량 종자만 살아남는 종자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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