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재배한 지속가능한 커피
아침을 깨우는 커피는 물, 차 다음으로 많이 마신다는 세계인의 음료인데요. 높아지는 수요만큼 문제점도 많습니다. 커피 수요량은 해마다 증가하는데 비해 기후변화에 취약한 커피 농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가뭄으로 동일 면적의 수확량은 감소하고, 현재 커피 종의 60%는 멸종 위기라고 합니다. 커피 농장을 더 만들기 위한 무분별한 삼림 벌채는 기후변화를 더욱 악화시키고, 노동착취와 같은 공정무역도 커피 생산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문제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요? 1인당 커피 소비량은 가장 많지만 생산량은 제로인 핀란드에서 하나의 해결책을 내놓았는데요. 핀란드 VTT기술연구센터(VTT Technical Research Center of Finland)가 세포 배양 커피를 만드는데 성공하면서 커피 농장이 아닌 실험실에서 커피를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세포 배양 커피가 뭘까요? 요즘 세포농업이 핫이슈인데요. 동물 세포를 배양해 실험실에서 육류를 재배하듯 식물 세포를 배양해 실험실에서 농작물을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육류, 생선, 어패류 등 이미 여러 분야에서 세포농업이 성공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한 인허가만을 남겨둔 상태이고,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판매되고 있죠. 식물성 세포농업은 동물성 세포농업보다 개발이 훨씬 쉽고 비용도 덜 든다고 하는데요. 커피 식물 세포 배양에 성공한 것은 핀란드가 처음입니다.
세포 배양 커피,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우선 커피 나뭇잎에서 세포를 추출 및 배양하여 세포주(cell lines)를 만듭니다. 세포주는 체외 혹은 조직 밖에서도 영양이 공급되면 무한히 증식할 수 있는 세포들의 집합체를 말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세포는 외부 환경으로 나오면 일정 수준까지 세포 증식을 하다가 멈추고 사멸하는데 비해 특별 처리를 한 세포주들은 영양이 공급되면 계속 세포를 증식시킨다고 합니다.
세포주가 만들어지면 생물반응기(bioreactors 바이오리액터)에 넣는데요. 그 안은 액체로 된 영양배지(nutrient media)로 가득합니다. 영양배지는 세포증식에 필요한 영양 물질입니다. 즉, 세포주는 액체 영양배지 안에서 자유롭게 떠다니며 커피 식물 세포를 증식시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바이오매스(유기성 생물체) 덩어리를 수확하여 건조시키면 흰색 가루가 되고, 이것을 로스팅하면 갈색 커피가루가 됩니다. 곱게 갈은 커피분말로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어 연구원들이 시음을 했는데요. 일반 커피와 동일한 맛과 향을 가진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세포 배양 커피의 가능성에 확신을 가진 것이죠.
언제쯤 실험실에서 재배한 커피를 맛볼 수 있을까요? 커피 세포 배양을 주도한 VTT기술연구센터 연구팀장 Heiko Rischer 박사는 소비자 판매까지 약 4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커피의 향과 맛을 살리는데 최적화된 조건을 찾았다면 이제부터는 대량 생산, 바리스타의 전문적인 로스팅 등 체계화시키는 작업과 FDA 등 식품 관련 기관으로부터 인허가를 받는데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식물생명공학자, 화학자, 식품과학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했는데요. 앞으로 동물이든 식물이든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 범위가 더욱 확대될 전망으로 이와 관련된 직업들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