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절반이 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물은 우리 몸을 지탱하는 생명수와 마찬가지다. 더구나 매일 마시는 물인데 아무 물이나 마셔도 되는 걸까? 좋은 물을 제대로 마시면 보약처럼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고객에게 맞춤형 물을 추천해주는 ‘워터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소홀히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생수’는 여러 가지 종류로 나뉜다. 땅속에서 솟아나는 샘물인 광천수(미네랄워터),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수심 200m 이상의 깊은 바닷물인 해양심층수, 물에 이산화탄소가 녹아있는 탄산수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물마다 함유하고 있는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그 효능과 쓰임새도 다르다. 그런 효능과 쓰임새를 극대화하는 것이 워터 소믈리에의 역할이다.
남녀노소에 따라 적합한 물이 있고, 어떤 질병을 가진 사람이냐에 따라 약이 되는 물이 있고,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궁합이 잘 맞는 물이 따로 있다. 사용 목적에 따라서도 물의 종류가 달라진다. 90%가 물인 맥주를 제조할 때 풍미를 더하는 물, 커피의 쓴 맛을 극대화하기에 좋은 물, 파스타를 더 맛있게 만드는 물,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는 물 등 용도에 따라 효용가치를 극대화하는 물이 따로 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워터 소믈리에 Martin Riese는 다양한 신문과 잡지 인터뷰, 방송 출연 등 글로벌 매체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 워터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많지만 독일사람인 그가 특별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무심코 마시는 물을 완전 업그레이드시킨 인물이다. 그는 최초로 ‘워터 메뉴판’을 만들었다. 전 세계 20종류의 물을 선별하여 각 특징을 적은 45페이지의 워터 메뉴판이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와인 소믈리에가 와인 리스트를 보여주며 주문한 음식과 잘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듯이, 워터 메뉴판을 개발하여 워터 소믈리에가 고객에게 최적의 물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일부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워터 소믈리에 직원을 상주시키고 있다.
또한 그는 사람들의 물에 대한 호기심과 중요성을 대중화시켰다. 2009년 그의 물에 대한 연구와 경험을 출간한 책 [World of Water]는 유럽을 대표하는 저서 중 한 권으로 꼽힌다. 그의 물에 대한 생각은 대중매체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런 점들을 인정받아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에게 부여하는 미국의 O1비자를 받아 미국에서 매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1995년 한국에서 처음 생수가 판매된 이후 물을 사먹는 문화가 정착되기까지 약 20년이 걸렸다. 1인 가구 증가로 생수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가운데 2020년에는 물 시장 규모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연간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 1위로 생수가 꼽히곤 한다.
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국에서도 워터 소믈리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18년 5월 기준 60여개 생수 생산업체가 200여 개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생수제조회사, 정수기회사들은 물에 대한 차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 물을 베이스로하는 화장품회사에서도 워터 소믈리에를 필요로 한다. 워터바(water bar), 워터카페(water cafe)도 생기는 추세다.
워터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는 각 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후 한국수자원공사 또는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에서 실시하는 시험을 거쳐 ‘워터 소믈리에’ 민간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격증이 아니다. 앞서 소개한 Martin Riese처럼 자기만의 길을 개척할 때 자격증도 빛이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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