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의 핫소스로 새로운 직업을 만든 세상에 유일한 핫소스 소믈리에
‘소믈리에’라는 단어는 와인 소믈리에에서 시작되었지만 맥주 소믈리에, 워터 소믈리에처럼 각 분야에서 다양한 소믈리에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정 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과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소믈리에도 있지만 어떤 분야의 탁월한 전문가를 소믈리에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자격증은 없지만 특정 영역을 처음으로 개척한 전문가 ‘핫소스 소믈리에’와 ‘밀크 소믈리에(다음 편)’를 소개합니다.
핫소스 소믈리에는 매운 맛 소스 전문가를 말합니다. 미국인 Noah Chaimberg는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는 핫소스 소믈리에이자 세상에서 유일한 핫소스 전문점의 운영자입니다. 핫소스마다 서로 맛이 다르고 각각 개성이 있기 때문에 어울리는 음식이 따로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핫소스 소믈리에가 된 계기는 핫소스를 좋아하는 그가 가진 불만 때문이었는데요. 마트에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구입해야 하는 것도 불만이었고, 큰 소스 병을 얼마 쓰지도 못하고 버리게 되는 것도 불만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중에 판매되고 있지 않은 시골 농부의 비법 소스를 소비자와 연결시키는 데도 관심이 있었습니다.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그의 매장 ‘Heatonist’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을 포함하여 100여 종의 핫소스가 구비되어 있는데요. 모두 인공성분이 없는 천연 핫소스입니다. 소량 다품종 전략으로 제품을 구성했는데요, 종류는 적은데 대용량을 판매하는 마트와 차별화를 두었습니다. 직접 맛을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매장 한 켠에 시음 코너도 마련했고, 소스를 이용한 요리체험 이벤트를 개최해 집에서도 같은 맛을 쉽게 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매장 데이터와 고객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선정된 인기 핫소스는 한정판 제품으로 재생산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핫소스 전문점이라 이곳에서 시도되는 매장 컨셉, 마케팅 등 모든 것이 최초입니다. 이전 사례가 없기 때문에 불안할 수도 있지만 세상에 나만큼 핫소스를 잘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면 두려울 것도 없겠죠. 오히려 최초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Noah Chaimberg는 100가지 이상의 다양한 핫소스를 엄선해 분류했다는 것만으로도 ‘진짜’ 전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핫소스를 구입할 때 전문 매장에 들러 이런 전문가의 추천을 받고 싶지 않나요?
흔히 불닭, 불족 등 ‘매운 맛’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뻔한 맛이 있습니다. 매운 맛의 지존인 한국에서 인공적 캡사이신에만 익숙해지는 건 아닌지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매운 맛의 강도도 좋지만 매운 맛의 다양성을 추구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사소한 것도 파고들면 특별한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요리에 어울리는 소스를 추천해주는 것이 아니라 소스에 어울리는 요리를 추천해주는 핫소스 소믈리에는 주객을 전도시켜 만들어진 새로운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모든 사물의 본질을 고민해본다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소믈리에 또는 독특한 창직(job creation)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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