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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퓨처플레이 FuturePlay Apr 12. 2022

자연의 품이 주는 아름다움을 스타트업으로 알리기까지

[당신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루트릭스 안정록 대표의 이야기


                                            <당신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스타트업은 우리 주변에 산재한 수많은 문제 중, ‘좋은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함으로써 세상에 커다란 임팩트를 주는 조직입니다. 그런데 초기 스타트업들은 좋은 문제를 찾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신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시리즈는 스타트업 팀들의 문제 찾기 여정을 담은 콘텐츠입니다. 현재 해결하고 있는 문제를 발견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문제를 스타트업이라는 도구로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몰입할 수 있는 문제,
그것이 바로 내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 루트릭스 안정록 대표의 이야기 -

<당신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시리즈 첫 번째 주인공은 '아름다운 나무 유통' 루트릭스의 안정록 대표입니다. 루트릭스는 수목 데이터의 부재로 인해 파생되는 조경 시장의 문제에 주목해, 전통적인 수목 유통의 폐쇄적인 품질 정보 및 유통 과정의 비효율을 해결하고자 나선 스타트업입니다. 시장 내 투명하고 정확한 수목 정보 구축을 이룩하고, 참여하기 쉬운 수목 거래의 장을 형성하고자 모인 루트릭스 안정록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1.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나무 유통’ 루트릭스의 대표 안정록입니다



저는 자연의 품이 주는 아름다운 울타리 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경기도 파주시의 작은 산 아래 포도밭 옆에서 태어나 중학생 때까지 살았는데요. 저에게 자연은 가장 좋은 놀이터이자 친구였습니다. 자연 속에서 지내는 게 저에겐 익숙하고 당연한 일상이었어요. 나중에 도시로 이사 오고 나서야, 그동안 보고 느꼈던 자연이 사실은 되게 특별한 환경이었단 걸 알게 됐어요. 제가 살아왔던 환경과 다르게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은 굉장히 한정적이었던 거죠.  


고등학생 땐 과외활동의 일환으로 친구들과 DMZ(비무장지대) 생태 탐사대를 만들어 활동했어요. DMZ 자체가 워낙 특수한 공간이기도 하고, 또 자연을 사랑하는 제가 꾸준히 잘 할 수 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만든 모임이었는데요. 여름에는 식물 조사, 겨울에는 월동하는 새들을 조사하곤 했어요. 해가 떨어지기 전에는 비무장지대에서 나와야 했기 때문에 늘 새벽같이 가서 조사하고 관찰을 했거든요. 철새와 식물의 생태를 관찰하면서 직접 사진을 찍고 현장 자료도 수집하면서 자료집을 만들었죠. 그 과정 자체가 행복했어요.



2. 자연은 아름답기 때문에, 그 이유만으로도 보호할 가치가 충분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유니세프(UNICEF)가 주관하는 '청소년 세계 기후변화포럼'에 한국 대표로 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어요. 기후 변화는 결국 전 세계 어린이, 청소년들의 미래와 연결된 문제잖아요?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였죠.


포럼에 참석한 청소년 대표들끼리 ‘왜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고, 환경을 보호하고 싶은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그때 굉장히 여러 대답이 나왔던 거로 기억해요. 선진국에서 온 청소년들은 주로 다큐멘터리에서 본 환경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반면에, 개발도상국에 사는 청소년들은 환경 문제가 곧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보호 활동을 시작했다고 전했죠. 비가 많이 오면 물을 길으러 가야 해서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 해수면의 상승으로 사는 지역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학생 등 실제 삶에서 직접 느낀 경험담을 공유해줬습니다.


저는 ‘자연은 아름답기 때문에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답했어요.


앞서 말했듯, 아름다운 자연 광경을 보는 것 자체가 저에겐 행복이었거든요. 계절이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 눈이 펑펑 오는 겨울에 두루미들이 모여있는 장면 등, 제 눈앞에 담긴 풍경을 구성하는 자연의 요소요소들을 관찰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제가 사랑하는 자연이 계속해서 아름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연을 보호하고 싶었습니다.


3.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어요


대학에서는 환경생태공학을 전공했어요. 우연히 조경학 수업을 수강하게 됐는데, 제가 그동안 고민해왔던 문제를 딱 학문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거예요. 저는 어린 시절 비무장지대 인근에 살면서, 자연을 개발하는 것과 보호하는 것, 그 중간 지점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환경을 무조건적으로 보호하는 것과 무조건적으로 개발하는 것, 그 사이에서 중간지점을 찾는 것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조경학이 그에 대한 정답을 내려주는 것 같더라고요. 학부를 마치고 조경학을 더 공부하기 위해 미국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조경 업계에 대한 혁신을 일으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창업에 대한 본격적인 생각을 갖게 된 것도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창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던 시기에 한 식사 자리에서 고려대학교 조경연구회 동아리 회장이었던 후배(현 루트릭스 김유겸 CTO)와 만나게 되었어요. 이야기를 나누는데 둘 다 나무에 대한 열정과 관심도가 높았고, 시장을 혁신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렇게 둘이 모이게 되었는데, 사실 저희 둘 다 수목 시장에 대한 이해도는 높았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는 많이 없었어요. 그때 딱! 현 루트릭스 COO이신 김유단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유단님은 초기 스타트업 투자 유치 전략을 담당하신 경험이 있고, 앞으로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생각을 나눠주셔서 루트릭스에 빠르게 합류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수목 시장을 혁신할 루트릭스 초기 멤버 3인방이 모이게 됐습니다.


출처: EO 유니콘하우스


EO <유니콘하우스>도 3명의 맴버가 꾸려진 즉시 참가하게 된 건데요. <유니콘하우스> 지원 날짜를 나름의 저희 첫 사업 계획서를 쓰는 마감일로 잡았고, 그렇게 예선 통과 후 놀랍게도 TOP12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게 됐죠. 아직도 유단님은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루트릭스가 성장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하곤 해요(웃음).


4. 정작 나무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것, 그게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조경'이라고 했을 때, 흔히 ‘나무 관리하기’, ‘공원 구축하기’ 정도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조경은 건축물을 제외한 모든 외부 공간을 설계하는 분야거든요. (조경: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를 계획·설계·시공·관리하는 예술_출처: 두산백과) 공공의 공간을 설계하는 분야다 보니,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정말 많아요. 주변 이웃의 상황, 공간을 활용할 사람들의 생태 같은 것들이요.



건강한 조경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나무, 기후, 생태, 공학,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할 만큼, 조경은 복합적인 분야죠. 이렇게 복합적이고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분야다 보니, 나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경을 하는 경우는 많이 없어요. 저는 이게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공간을 다루면서 나무까지 잘 아는 건 너무 힘든 일이지만, 결국 조경의 근본은 나무잖아요?


꼭 필요하고 알아야 하는 지식인데 어렵다는 이유로 아무도 찾지 않고 있다면,
이걸 쉽게 풀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5. 기술과 데이터, 수목 시장에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렇게 조경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파고들다 보니, 결국 수목 시장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더라고요. 지금도 나무에 대한 데이터는 산발적으로 퍼져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하나로 모여 있지가 않아요. 환경부, 농림부 등 여러 부처로 나눠져있죠. 당연히 데이터가 모여있지도 않고요.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나무 데이터가 매우 제한적이고 산발적이라는 것을 파악했고, 거기서부터 접근을 시작하게 됐어요.

출처: 루트릭스 홈페이지

루트릭스는 크게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수목 시장의 문제를 혁신하는 스타트업이에요. 사실 이 솔루션을 도출하기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미국에서는 이미 라이다 데이터와 GIS(지리정보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당시 GIS 수업이 유명하기도 했고, 기본적으로 조경 설계 전 사이트 분석할 때 라이다 데이터를 쓰고 있었죠.


그런데 설계 수업을 수 없이 들으면서도 실제 나무 데이터는 한번도 다루지 않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캐드 파일만 돌려가면서 설계하는 것을 보고 문득 깨달았어요. 실제 나무 데이터가 없어서 안 쓰는 것인지 있는데도 안 쓰는 것인지. 답은 애초에 ‘없다’였죠. 다른 산업에서는  아무리 작은 데이터라도 하나씩 모여,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데요. 우리 수목 업계에도 이러한 기술과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데이터는 라이다나 GIS 기술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확보가 가능해요. 이렇게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을 잘 활용하면 조경 업계를 바꿀만한 혁신을 가져올 수 있겠다는 마음이죠.


6. 전통 산업을 스타트업적인 방식으로 혁신합니다


루트릭스는 이제 막 시작한 초기 스타트업이지만, '수목 시장 내 데이터 부재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이길 정말 잘했다'라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바로 시장 내 다양한 플레이어들 – 설계회사, 시공회사, 건설사, 농장 등 – 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때가 그래요. <유니콘하우스>에 출연한 이후에, 꽤 영향력있는 수목 전문가분들로부터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해보자는 연락도 많이 받았고요.


조경 설계 업계 한 관계자분께서는

왜 그동안 루트릭스처럼 스타트업적인 방식의 접근을 생각해내지 못했을까라고

하시면서, 저희의 접근 방식을 보고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도 하셨죠.


저희보다 훨씬 더 업계에 오래 몸담으셨던 분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아, 내가 이 산업에 좋은 영향과 혁신을 가져오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걸 실감하곤 해요.



7. Zero to One 기업이 되기 위해 최대한 많은 목소리를 들으려 해요


현재 수목 시장 내 분포도를 살펴보면, 단 10%만이 전업으로 나무를 키우고, 나머지 90%는 다 부업으로 땅을 관리하며 나무를 심고 있어요.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부업으로 갖고 있는 땅에 나무를 심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대부분 구체적인 계획 없이 나무를 심게 될 수 밖에 없죠.


저희의 솔루션을 통해 나무 공급자 측은 좋은 나무를 쉽게 키워서 쉽게 거래할 수 있고, 수요자 측은 품질이 좋은 나무를 설계 단에서부터 3D로 쓰고, 그 나무 그대로 유통이 되도록 할 계획이에요. 루트릭스로 인해 건강한 나무가 계속해서 순조롭게 유통된다면, 좋은 공간이 많이 만들어질 거로 생각해요. 그럼 자연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커질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궁극적으로는 저희가 수집한 수목 데이터로 생태, 탄소흡수 관련 연구 그리고 관련 사업까지 가능할 겁니다.


또한, 시장에서 Zero to One이 되기 위해
수목 시장에 오래 몸담았던 전문가분들의 의견을 끊임없이 들으려고 해요.


조경 시장 자체가 특수한 분야이기 때문에 사실 마음만 먹으면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고민해온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요. 세상에 나와 있는 수많은 기술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창의적이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접목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요. 산업 내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의견을 끊임없이 듣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수목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경 유통, 그리고 설계 시장까지 잘 확장해서 선한 혁신을 일으키고 싶어요. 2025년까지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그날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어요.


8. 결국,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창업을 꿈꾸는 많은 분들이 ‘좋은 문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요. 내가 직접 느끼고 오랫동안 고민했던 문제가 가장 좋은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처럼 특정 산업이나 분야에 대한 관심을 오랫동안 유지했거나, 또는 내 삶 속에서 꾸준히 관심을 가졌던 문제를 발견한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 가능하게 내 사업을 성장시켜나갈 수 있을 거예요. ‘내가 가장 오랫동안 고민하고 매진할 수 있는 문제’를 찾는 게 중요한 거죠.


또, 혁신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좋은 의도'를 가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창업한다면 도달하지 못할 목표는 없다고 생각해요. 문제를 근본부터 같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동료를 찾는다면 그것 자체가 행복이지 않을까요? 저는 요즘 되게 즐겁고 행복하거든요. 이런 행복과 함께라면 루트릭스는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을 만한 큰 임팩트를 남기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루트릭스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아무도 예상 못 하는 거죠.


아직 갈 길이 멀고 배울 점이 많은 루트릭스지만, 이 과정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행복해요. 더 많은 예비 창업가분들이 이런 경험을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루트릭스 안정록 대표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나무 유통 '루트릭스' 안정록입니다.


보유한 나무의 아름다움에 비해 그 가치는 덜 보존되고 알려지는 상황입니다.


환경보호의 첫 걸음은 "환경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있습니다.


루트릭스는 "나무의 건강한 유통"을 위한 사업적 출발입니다.





'아름다운 나무 유통' 루트릭스 바로가기 > https://www.rootri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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