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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쉐아르 Jul 20. 2020

바탕을 갖추어라

다산에게서 배우는 진정한 지름길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각이 무르익어야 합니다. 그 생각이 넘쳐날 때 쓰는 글이 좋은 글이 된다 말을 해왔습니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읽으며 이와 통하는 그러면서 더 깊은 가르침을 보았습니다.


'문장학'을 배우고 싶다고 다산선생을 찾아온 이인영이라는 젊은이에게 다산은 '바탕을 갖추어라'라는 제목으로 이런 배움을 주셨습니다.


"자네 우선 거기 앉게. 내가 자네에게 말해주겠네. 문장이란 무슨 물건일까? 학식은 안으로 쌓이고, 문장은 겉으로 펴는 것일세.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살가죽에 윤기가 나고, 술을 마시면 얼굴에 홍조가 피어나는 것과 다를 게 없지. 그러니 어찌 문장만 따로 쳐서 취할 수가 있겠는가? <중략>


예악형정(禮樂刑政)의 도구와 전장법도(典章法度)의 전고가 가슴속에 빼곡하여, 사물이나 일과 만나 시비가 맞붙고 이해가 서로 드러나게 되면, 내가 마음속에 자욱하게 쌓아둔 것이 큰 바다가 넘치듯 넘실거려 한바탕 세상에 내놓아 천하 만세의 장관이 되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네. 그 형세를 능히 가로막을 수 없게 되면 내가 드러내려 했던 것을 한바탕 토해놓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네. 이를 본 사람들이 서로들 '문장이다!'라고들 하니, 이런 것을 일러 문장이라 하는 것일세. 어찌 풀을 뽑고 바람을 우러르며 빠르게 내달려, 이른바 문장이라는 것만을 붙들어 삼킬 수가 있겠는가?"


문장은 결과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얼굴 위에 오른 불콰한 낯빛에 불과한 것입니다.


다산선생은 또 다른 곳에서 학문을 하는 자는 지름길을 찾아가야 한다 말합니다.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하는 공부는 소용이 없다고요. 하지만 지름길이라고 해서 약삭빠르게 빨리 내달리는 길을 말하지 않습니다. 순서에 맞추어 차근차근 낳아가는 것이, 비록 보기에는 더디어 보이나, 그것이 진정 지름길이라고 이야기를 하십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 뒤쳐지지는 않나 조바심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고 알고 있던 지식은 무용지물이 되기도 합니다. 어제의 강자가 어느새 소식 듣기조차 힘들 때도 있습니다. 이러다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바탕이 중요합니다. 시대의 흐름을 좇으며 새로운 지식을 쌓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큰 노력을 기본기를 갖추는 데 쓸 필요가 있습니다. 내 마음속에 법도가 쌓이고 이치가 무르익으면 쓰임새는 결국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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