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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쉐아르 Jan 15. 2024

음질 체크를 위한 음악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음악을 듣기 위한 오디오에도 일정 정도의 관심이 있습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좋아하는 걸 더 좋은 환경에서 하기 원하게 되잖아요. 그렇기에 좋은 소리에 대한 욕심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오디오라는 게 어느 선을 넘어가면 끝이 없어집니다. 자동차, 오디오, 카메라에 빠진 남자는 피하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렇기에 절제가 필요하고 또 지혜로운 소비도 필요합니다. 


지혜로운 오디오 생활을 위해 자신의 시스템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뭐가 좋다더라 하며 끊임없이 나오는 리뷰영상이나 남들 소리에 끌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준비작업 중 하나가 자신만의 레퍼런스 곡 선택입니다. 사용자들 오디오 리뷰를 보면 간혹 이런 말이 있습니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소리를 들었다. 좋은 스피커나 헤드폰을 처음 사용하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음악에 친숙해야 합니다. 모든 소리를 기억하진 못하더라도 뭔가 다르네 정도는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음악을 선택할 때 이런 기준을 선택합니다. 일단 제가 좋아해야 합니다. 그래야 많이 들을 있으니까요. 저는 가끔 레퍼런스 곡을 모은 플레이리스트를 그저 듣고 싶어 플레이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음악을 선택합니다. 전체를 좋아하는 장르로, 예를 들어 밴드 음악이나 보컬로 채우면 의미가 없죠. 녹음 상태도 봐야 합니다. 아무래도 오래된 녹음은 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음반 리뷰도 참조합니다. 


원하는 곡들을 선택하면 열심히 들어야 합니다. 이때 평소보다 약간 크게 (10% 정도) 듣기를 권합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소리가 크면 조금 더 많은 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해상도 면에서는 헤드폰이 스피커보다 유리합니다. 공감감은 스피커가 유리하고요.   


참고를 위해 제가 사용하는 열 곡의 레퍼런스 음악을 소개합니다. 모두 애플뮤직에 있습니다. 다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다 있을 겁니다.  


1. One Day More - 레미제라블 OST

이 곡에는 참 많은 소리가 나옵니다. 후반부에는 세네 명이 동시에 서로 다른 가사와 멜로디로 노래를 하며 연주에도 대편성이 사용됩니다. 그 많은 소리를 얼마나 잘 구분해서 들을 수 있는지의 확인이 이 곡을 사용하는 이유입니다. 몇 명만 노래를 같이 해도 따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소리가 뭉쳐버리면 문제가 있습니다.  


2. Temptation - Diana Krall

이 곡은 항상 믿을 수 있는 리뷰를 하는 김도현 교수가 사용하는 곡입니다. 그래서 저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왜 그런지 이해가 바로 가더군요. 보컬이 앞에 버티고 있는 상태에서 기타, 드럼, 베이스가 나오는데 (잠깐 오르간도) 그 모든 소리들이 얼마나 공간감 있게 들리는지가 중요합니다. 특히 드럼의 하이햇이 자주 사용되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찰랑거리는지에 따라 시스템의 소리 성향을 알 수 있습니다. 


3. Vitali의 Chaconne - Sarah Chang 연주

Sarah Chang(장영주)의 Sweet Sorrow 앨범에 있는 연주입니다. 이 곡은 바이올린 협주곡입니다. 바이올린 소리와 대편성 모두 체크할 수 있지만 초점은 바이올린에 있습니다. 애절함은 애절하게 - 그게 이 곡의 포인트입니다. 이 세상의 가장 슬픈 음악이라는 평을 듣는 사콘느인데 그 애절한 바이올린 소리를 제대로 표현해야 하니까요. 


4. Lord of the Rings - The Piano Guys

반지의 제왕 영화음악을 The Piano Guys라는 첼로와 피아노 듀엣이 편곡한 곡입니다. 피아노와 첼로 소리를 듣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후반부에 쿵쾅대는 피아노의 타격감을 느끼기 위해서 이기도 합니다. 악기 두 개만으로 참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연주입니다. 


5. Love the Way You Lie - Emiem (feat. Rihanna) 

랩도 한 곡 있어야죠. 에미넴의 랩과 리아나의 보컬 둘 다 들을 수 있습니다. 에미넴의 랩이 나올 때 깔리는 비트를 통해 드럼의 타격감을 듣는 목적도 있지만, 중간에 두 번 등장하는 소리 때문에 이 노래를 듣습니다. 가는 바늘로 벽을 긁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닙니다. 그 소리가 얼마나 선명하게 들리냐로 고음을 체크할 수 있습니다. 


6. Rise - The Dark Night Rises OST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은 음악이 참 좋습니다. 영화음악의 대가 한스짐머가 맡았으니까요. 특히 이 곡은 긴박한 분위기를 잘 나타냅니다. 곡 전반에 흐르는 저음을 체크하기 위한 곡이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아름답거나 긴박한 선율이 있습니다. 


7.  바흐 푸가의 기법 1번 - Emerson 사중주 연주

바흐의 푸가의 기법은 악기가 표시되지 않은 곡이기에 다양한 연주가 있죠. 그중 이 사중주를 좋아합니다. 이 곡은 제게는 커트라인과 같은 곡입니다. 이 곡을 즐길 수 없는 시스템이라면 패스입니다. 현의 울림이 얼마나 잘 표현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네 개의 선율이 잘 분리되어야 합니다. 그 정도의 해상도는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8. Don't Know Why - 노라 존스

이 곡은 녹음이 참 잘 되어있습니다.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어쿠스틱기타, 일렉기타, 드럼, 베이스, 피아노 등의 악기들이 각자 위치에서 연주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보컬과 공간감 체크에 참 좋은 곡입니다. 푸가의 기법과 더불어 또 하나의 커트라인 같은 곡입니다. 


9. The Foundations of Decay - My Chemical Romance

밴드 연주를 평가하기 위한 곡입니다. MCR 노래들이 대부분 폭풍처럼 몰아치는 연주를 담고 있기에 오디오 성능을 끝까지 테스트하는 곡들이라 어느 곡이든 선택할 수 있는데, 특히 이곡은 드럼과 일렉 때문에 듣습니다. 특히 후반부의 반복되는 드럼 소리는 심장을 울립니다. 


10. Montagues and Capulets: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 Muti와 시카고 심포니 연주

클래식 대편성을 체크하기 위한 곡입니다. 일단 (클래식 음악 치고) 짧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다양한 디테일을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초반부에 플루트 소리 밑에 스네어가 깔리는데 이를 통해 해상도를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가끔 트라이앵글 소리도 작게 들립니다. 이런 소리들을 들을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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