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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쉐아르 Jan 14. 2024

쉐아르의 오디오 - 책상 오디오

제가 음악을 듣는 장소는 크게 네 군데입니다. 첫째, 메인 시스템이 있는 이층, 여기서는 로프트(loft)라 불리는 공간입니다. 둘째, 티브이가 있는 거실. 셋째는 제가 일을 하는 책상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밖 모든 곳입니다. 아 요즘은 차의 오디오도 좋아져서 예전과 달리 운전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을 듣습니다. 


오늘은 첫째로 책상 오디오를 소개합니다. 요 며칠 집안 오디오를 좀 바꿨거든요. 12년 전에 구입한 Boston Acoustics의 CS26을 거실에서 쓰고 있었는데,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원래 이 스피커는 책상 위에 쓰려고 구입했거든요. 가성비로 이보다 뛰어난 스피커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거실에서 쓰기에는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생각했던 북쉘프를 들이고 CS26은 원래 자리인 책상으로 왔습니다. 


사실 이 스피커는 책상에 쓰기에는 큽니다. 사진 속 모니터는 32인치입니다. 그 옆에서도 전혀 작아 보이지 않죠. 그래도 제가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곳이 이곳이고 (요즘 재택근무 중입니다) 좋은 스피커가 있는데 새로 살 수도 없고요. 덕분에 책상 공간이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자주 정리하고 좋습니다. 


여기에 물린 시스템은 모두 Schitt(네 그 발음 맞습니다 ^^)이라는 회사 제품들입니다. 2010년에 시작한 회사로 헤드폰 앰프와 DAC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해서 요즘은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들의 철학이 돋보이는, 또한 일관된 외관을 가진 제품을 만들죠. 믿고 구입할 수 있는 회사입니다. 미국 외 다른 지역에, 특히 한국에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모르겠네요. 



크기는 작지만, 크기로 무시할 수는 없는 그런 시스템입니다. 


중간에 있는 modi는 제가 주로 사용하는 DAC입니다. DAC은 디지털 신호를 오디오 신호로 바꾸어주는 제품입니다. 제가 가진 건 modi multibit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DAC입니다. 원래는 메인 시스템에 물려 사용하고 있는데, 다른 제품들과 모양을 맞추느라 책상으로 옮겼습니다. USB-c, Optical, Coaxial을 받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디지털 인풋은 다 지원하죠. 솔직히 multibit 지원이 가진 장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평이 좋고 사용하니 어떤 경우에든 깨끗하고 풍성한 소리를 만들어주기에 만족합니다. 다른 시스템과 엄정한 비교는 안 했으니 그 이상의 평은 무리입니다. 여기에 랩탑과 시디플레이어를 연결해 선택해 듣습니다.  


가장 밑에 있는 건 SYS라는 패시브 프리입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볼륨 조절하고 두 개의 입력신호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참고로 저는 액티브 (Active) 프리앰프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요즘 소스의 파워가 충분하기에 프리앰프에서의 증폭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 소리는 최대한 변형 없이 전달해야 한다고 믿기에 프리앰프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는 건 아이러니라 생각하거든요. 물론 개인의 취향이겠지만요. 십몇 년 전에는 패시브 프리라는 이름으로 몇천 불되는 장비가 팔리기도 했습니다. 전원도 사용 안 하고 뜯어보면 볼륨 조절기인데 그렇게 비싸다는 게 사기 같지만, 당시의 제작방식으로는 이해되는 점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중요한 건 요즘은 전혀 그런 비싼 패시브 프리가 필요 없다는 겁니다.  


가장 위에 있는 제품은 Rekkr라는 파워앰프입니다. 스피커를 울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앰프의 출력은 2w+2w입니다. 20w 아닙니다. 2w입니다. 요즘 손바닥만한 앰프도 100w니 200w니 하며 뻥튀기를 하는 마당에 오히려 2w라 선언하는 게 Schitt 답더군요. 앰프가 사용하는 실질출력은 수치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 이 회사의 주장입니다. 소리는... 좋습니다. 일단 2w라는데 힘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지금 볼륨을 10시 방향으로 듣고 있는데 충분히 큽니다. 크다 싶게 올려도 제 북쉘프를 울리는데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습니다. 제 레퍼런스 곡들을 다 들어봤는데, 소리 면에서 빠지는 부분은 없습니다. 고음도 잘 내어주고, 드럼의 타격감도 좋습니다. 스피드가 좋다는 거고 곧 힘이 딸리지 않는다는 소리죠. 참 물건입니다. 


음... 책상에 이렇게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전에는 Sprout라는 작은 integrated amp를 사용했습니다. DAC도 들어가 있고, 블루투스도 받는, 헤드폰 단자도 똘똘한 만능 앰프였습니다. 그런데 한 10년 사용하고 나니 문제가 하나둘 생기더니 얼마 전에 죽었습니다. 기능이 많으면 수명이 짧아지나 봅니다. 다시 구입하자니 그래서 원래 가지고 있던 것들을 조합하고, 빠진 고리인 파워앰프만 새로 구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만족입니다. 일하면서 음악을 듣는데, 문득 아 참 좋다하며 음악에 빠져들 때가 있습니다. 이제 일만 열심히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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