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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쉐아르 May 24. 2020

클래식 음악과 친해지기

클래식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는 뭘까요. 아마도 '재미없다' 아닐까요. 물론 클래식 음악 좋아하는 분들은 그게 무슨 소리냐 반발하겠지만, 사실 친해지기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외워지지 않아서 아닐까 짐작합니다. 


클래식을 들어보려고 해도 일단 너무 다양하고 열심히 들어도 선율이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제가 워낙 음악적 감각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분명 오래 들었던 곡도 나중에 우연히 듣게 되면 '아 저 곡'하며 바로 떠오르는 경우가 별로 없더라고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물론 이런 수고까지 하면서 들어야 하나 생각된다면 그럴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 즐기려고 음악을 듣지 공부하듯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럼에도 클래식을 알고 싶고 친해지길 원하신다면 방법은 많이 듣는 거라는 평범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처음에는 의도적인 계획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저것 들어서는 기억에 남기 어려우니까요. 


일단 마음에 가는 곡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곡 하나 정도는 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흐르는 선율이 너무 맘에 든다거나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마음에 꽃인다거나. 그 곡으로 시작하시면 됩니다. 


제가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된 계기는 바흐의 첼로 모음곡이었습니다. 이 곡을 언제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방위 근무할 때 오가는 버스에서 듣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죠. 시작하는 부분의 풍성한 활의 움직임이 참 좋더라고요. 누구에게는 쇼팽의 녹턴이나 베토벤은 봄 소나타일 수 있습니다. 노다메 칸타빌레가 인기 있을 때는 라흐마니노프의 피협으로 클래식을 시작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에는 여러 장르가 있습니다. 독주곡이나 듀엣, 삼중주, 사중주, 오중주 같은 실내악도 있고, 교향곡이나 협주곡 같은 대편성도 있습니다. 성악곡이나 합창, 칸타타 등의 목소리가 들어가는 곡도 있고요. 오페라는 종합 장르라 할 수 있죠. 이중 처음 듣기에는 실내악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음 듣기로 추천하는 곡은 제가 좋아하는 바흐의 첼로 모음곡이나 쇼팽의 녹턴입니다. 분명 귀에 익을 테니까요. 이름이 붙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도 좋습니다. 비창/월광/열정 소나타도 들어보면 들어봤다는 느낌이 들 겁니다. 독주곡이 너무 단조로운 분은 사중주도 좋습니다. 베토벤이나 슈베르트의 현악 사중주 추천합니다. 일반적이진 않지만 바흐의 푸가의 기법도 좋습니다. 듣다 보면 빠져듭니다. 


대편성이 맘에 든다면 그렇게 시작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에 꽂혔었습니다. 영화 아마데우스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선율이 너무 슬프고 장엄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구했는지 기억도 안나는 음반을 열심히 들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음반이 카라얀의 역사적 연주 중 하나더군요. 협주곡도 좋습니다. 독주자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긴장과 조화 그리고 독주자의 화려한 연주 실력 등을 같이 즐길 수 있으니까요. 비발디의 사계도 사실은 협주곡입니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추천합니다. 선율이 참 아름다워요.  


음악가에 대한 '덕질'도 의외의 좋은 수단입니다. 그냥 맘에 드는 연주가의 음악을 듣는 거예요. 이 방향으로 조성진을 추천합니다. 유튜브에 그의 공연 장면이 정말 많거든요. 그냥 찾아서 들으시면 됩니다. 특히 쇼팽 콩쿠르의 피협 실황 좋습니다. 그걸 듣다 보면 옆에 관련 영상이 뜨잖아요. 그럼 하나씩 열어보시면 됩니다. 여자 음악가로는 Alice Sara Ott를 추천합니다. 맨발 연주로 유명한 차세대 유망주입니다. 굉장히 똑똑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즐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약간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말러를 듣고 싶어서 그의 1번 교향곡을 며칠 동안 몇십 번 들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알겠더라고요. 이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재즈를 듣기 위해 한 달 동안 재즈만 들었던 적도 있었죠. 물론 그렇게 들었을 때 지겨우면 그 곡은 안됩니다. 즐거워야 합니다. 


아 처음에는 연주자 덕질이 아니라면 연주자에 신경 안 쓰셔도 좋습니다. 저도 아직 연주자 사이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습니다. 들어봤던 이름이거나 음반이 나온 정도라면 믿고 들어도 괜찮습니다. 곡이 익숙해지면 그때 가서 명연주라고 추천되는 녹음을 찾아서 들으시면 됩니다.   


일단 오늘은 이 정도에서 멈춥니다. 제 주위에도 클래식 음악에 관해 고수분들이 많아서 좀 부끄럽네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썰을 풀려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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