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판 <삼체>를 기다리며
1. 3월 21일. 기다리던 넷플판 '삼체'가 드디어 나옵니다. 중국에서 만든 삼체드라마가 있지만, 좀 허술해 보여 넷플판을 기다렸죠. 넷플판 '삼체'의 개봉을 기다리며 원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2. 1부-삼체문제, 2부-암흑의 숲, 3부-사신의 영생. 이렇게 소설 삼체는 세 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종이책 기준 452쪽-716쪽-804쪽이니 분량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마칠 때 아쉬움을 느낍니다. 너무 서둘러 마무리 지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만큼 소설은 미친 상상력을 보여줍니다. SF의 노벨상이라는 휴고상을 받고 많은 이들의 극찬을 받았죠.
3. 삼체 이야기는 중국의 문화혁명에서 시작됩니다. 문혁을 다소 비판적으로 다룹니다. (후진타오 치하였기에 가능했지 아마 시진핑 밑에서는 이대로 출판되기 어려웠을 듯) 사이버 게임이 나오고, 외계문명이 나오며, 그들의 공격을 막으려는 노력과 실패, 그리고 그 너머의 또 다른 우주를 다룹니다.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흔한 할리우드 영화가 연상되는데,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깊고 방대합니다.
4. 삼체문제(three-body problem) 란 세 개의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 그에 따른 물체들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물리학의 고전적 문제입니다. 너무 복잡해서 정확한 답을 찾을 수는 없고, 작은 질량을 가진 물체의 영향을 무시(?)해서 근사값만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삼체문제 자체는 줄거리에 꼭 필요하진 않습니다. 등장하는 외계 문명에 태양이 세 개가 있어 삼체 문명으로 불리기는 하지만, 고전 역학의 문제 자체가 필수 요소는 아닙니다. 하지만, 삼체문제처럼 '해'를 찾기 힘든 어려움이라는 면에서 이 소설의 제목을 '삼체'라고 한 의미는 찾을 수 있습니다.
5. '삼체문제'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는 '미지의 공간에서 알지 못하는 상대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입니다. 이에 대 해 '어둠의 숲'이라는 가설이 있답니다.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 최대한 숨고, 무언가 발견하면 일단 쏴서 제거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최선의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그런 생각을 하는가는 이해는 됩니다.
6. 참고로 비슷한 수준을 가진 외계문명과 접촉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다룬 소설로 머레이 라인스터의 "최초의 접촉"이라는 단편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의 진행이 삼체보다 더 타당해 보입니다. 이 작품도 참 흥미롭습니다. 기회가 되면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7. 문화혁명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몇백 년, 몇천 년을 점프해서 우주의 끝까지 진행됩니다. 대단한 상상력인데, 개연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물론 삼체에 등장하는 과학이론들이 정말 그렇게 작용될지는 의심스럽지만, 그렇다고 판타지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수십 억년의 시간 흐름은 상대성 이론으로 설명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오랜 시간 후 지구 문명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는 건 부럽더군요. 전 정말 궁금하거든요. 미래가 어떻게 변해갈지. 눈과 귀만 작동되면 되니까 어디 기계에 제 뇌를 올려놓고 지켜보고 싶습니다 ^^
8. 이번 넷플 버전이 얼마나 소설의 상상력을 표현할지 기대반 우려반입니다. 들리는 말로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다고 하니, 기대가 더 큽니다. 21일까지 책을 보고 드라마를 보면 좋겠지만, 일단 넷플 버전을 보고 소설을 읽어도 좋겠습니다. SF 좋아하는 분은 원작을 꼭 보시길 강추 x100 합니다.
9. 테슬라 앱은 차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게 해 줍니다. 제 테슬라 차의 이름은 물방울(Droplet)입니다. 소설에서 갖가지 이야기가 나오지만, 전 이 물방울이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대단한 과학적 상상력이니까요. 물방울이 뭔지는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시면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