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만남

그와 그녀의 만남 첫 번째 이야기

by 쉐아르


1991년 어느 겨울 토요일.


재호는 교회 청년회 회장이었다. 회장에게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새로 온 사람들을 환영하는 것이다. 새로 온 사람을 편안하고 반갑게 인사를 해서, 그들이 부담 갖지 않으면서, 반면에 '나를 반기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인상을 주어 또 오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는 것이 재호의 평소 지론이었다.


그날도 재호는 새로 온 청년들에게 인사를 했다. 두 명의 자매가 청년회에 처음 나왔다. 서로 친구라며 두 명이 왔지만 재호는 한 명은 누구였는지 미안하게도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지금은 그때 둘이 같이 왔었는지, 아니면 혼자 뿐이었는지... 그날 청년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사실 기억이 안 난다. 재호에게 중요한 것은 그날 그녀를 처음 만났다는 것이다. 참으로 하나님한테 죄송한 일일 테지만 재호의 기억 속에 다른 이들을 담기에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이재호입니다."


재호는 최대한 담담한 모양으로 인사를 했다. 좋으면 좋을수록 오히려 밖으로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재호의 처세술이라면 처세술이었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 재호는 그녀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사귀는 사람 있으세요? 없다면 저는 어때요?' 새로 온 형제 자매를 사심 없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맞이하는 것이 회장이 가져야 할 자세이건만 재호는 그녀를 '사심 없이' 맞을 수가 없었다. “예수님 한번만 봐 주세요”

교회 근처의 대학을 나왔다는 그녀는 지금은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고 했다. "인숙"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소개한 그녀는 긴 코트 안에 조끼를 받쳐 입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 보면 복잡한 듯하면서도 세련되어 보였고, 긴 생머리를 머리 뒤에 말아서 묶은 모습이 뭐랄까, 동양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하얀 얼굴과 큰 키에 날씬한 몸 맵시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이미 재호는 그녀를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었다.


재호는 아직 사랑을 몰랐다. 남녀공학을 나오고 오래 교회 생활을 하면서 여자와 사귄다는 말이 나돈 적은 여러 번 있었으나, 재호는 아직 제대로 여자를 사귀어보지 못했다. 사람을 애타게 그리워해 본 적도 없었고, 재호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이 피했고, 재호를 좋다고 하는 여자들은 재호의 맘에 와 닿지를 못했다. 결국 나이가 스물여섯이 되었건만 재호는 손 한번 제대로 잡아본 여자가 없었다.


재호는 인숙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하나님 저한테 이 여자를 주시면 안 될까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인숙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저런 여인에게 사귀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고, 또 골키퍼 있는 곳에 골 넣겠다고 덤빌 만큼 용기 있는 재호도 아니었다.


* * * * *


어느 토요일. 인숙은 청년회 모임에 왔다. 지금은 찬양시간. 앞에는 한 남자 청년과 여자 청년이 나와서 찬양을 인도하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자리에 앉았을 때 앞에 앉아있던 한 선배가 뒤를 돌아다 보며 아는 체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왜 안 나오셨어요?"


처음에 왔을 때 인사를 한 청년부 회장이다. 이름을 재호라고 했던가? 나이는 인숙보다 두 살위. 조그만 키에 좀 통통한 귀여운 인상이 밉지만은 않은 사람이다. 인숙이 올 때면 항상 저렇게 앞에 앉아 있다가 뒤를 돌아보며 인사를 했다. 웃는 모습이 편안한 남자. 인숙에게 있어서 재호의 첫 모습은 그렇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