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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쉐아르 Dec 16. 2016

지구에서 사라진 종교들

태초부터 존재했던 질문과 대답들

<지구에서 사라진 종교들>라는 책을 우연히 접했다. 마침 종교 전반에 대한 궁금증이 있기에 바로 구입해 읽었다. 이 책을 쓴 도현신이라는 작가는 국문학과 출신의 전업 작가다. 종교나 신학을 전문적으로 한 사람이 아니라 깊이가 없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럽다. 책 뒤의 참고문헌 목록이 상당한 걸 보면 이 책을 읽기 위해 리서치를 꽤 한 듯하다.


이 책은 16개의 사라진 종교들을 설명한다. '종교를 만든 종교들'이라는 주제로 고대의 종교를 소개한다. 수메르/바빌론 신앙, 오르페우스 신앙, 조로아스터교, 마니교, 미트라교 등이 이에 속한다. '종교가 몰아낸 종교들'에는 한 때는 융성했으나 다른 종교(기독교나 이슬람)에 밀려나 사라진 종교들이 포함된다. 드루이드교, 앵글로-색슨 족의 신앙, 고대 아랍의 신앙, 리투아니아의 신앙, 아즈텍의 신앙 등이 속한다. 마지막으로 '기이하고 독특한 종교들'에는 색다른 역사나 내용을 담은 종교를 소개한다. 네스토리우스 교단, 스코프츠키 교단, 핀란드의 원시 신앙, 마흐디 교단, 만주족의 샤먼교, 오나족의 전통 신앙 등이 속한다.


300쪽 안에 여러 종교를 소개하다 보니 깊지는 않다. 하지만 각 종교의 역사와 신앙, 그리고 다른 종교와의 관계를 짜임새 있고 읽기 쉽게 소개한다. 저자의 역량이 돋보인다.


왜 어떤 종교는 지금까지 계속 남아있고, 어떤 종교는 사라진 것일까. 얼마 전 '신들의 전쟁'이라 번역된 <American Gods>라는 소설을 읽으며 같은 질문을 했다. 외부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믿음을 가지고 왔지만, 시간이 지나며 잊어버렸고, 그 신들이 인간의 형태로 남아 있다는 이 소설의 발상이 흥미로웠다. 시간이 지나며 종교는 사라지거나 변형된다. 잊힌 신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흥미로운 주제다.


민족 신앙은 민족의 운명과 함께 한다. 민족이 쇠퇴하면 신앙도 사라진다. 하지만 모든 종교에 해당되는 원칙은 아니다. 흥미롭게도 이 책에 소개된 종교들은 대부분 다신교다. 그에 비해 남아있는 종교들은 일신교가 대부분이다. 종교의 우위를 말하는 게 우습긴 하지만, 사라진 종교에 비해 남아있는 종교가 더 우아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닐듯하다.  


내가 믿는 기독교를 생각했다. 중동 변방의 이스라엘이라는 작은 나라의 민족 신앙이 나라가 망했음에도 살아남아 전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종교가 된 일은 놀랍다. 기독교인이야 '하나님의 섭리'라고 답하겠지만, 모두 인정할 수 있는 답은 아니다. 어쨌든 무엇이 종교의 흥망성쇠를 결정할까라는 질문은 신앙을 개입하지 않는다면 참 흥미로운 주제다.


종교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내가 찾은 대답은 '질문과 대답'이다. 이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사람은 왜 사는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혹은 훌륭하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해온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으로 종교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모든 종교는 절대자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의 역사다. 그렇기에 종교에는 진리의 파편이 담겨있다. 파편의 크기는 종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참고로 기독교가 다른 종교의 영향 하나도 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종교라 믿는 사람은 이 책을 피하는 게 좋다. '시험에 들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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