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기 전 남산 식물원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다
2006년 10월 9일에 찍은 사진에 2008년 12월에 글을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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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장 중 토요일 아침 시간이 좀 비길래
사진 찍을 곳 없는가 주위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어느 분이 남산 식물원 이야기를 할 때
"이곳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버지가 공무원으로서
마지막 근무하신 곳이 남산 식물원이었습니다.
정년퇴직하실 때까지 아버지는
나무를 관리하시는 일을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퇴직하셨을 때
저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고
아버지가 근무하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남산 식물원을 연결하는 것은
식물원에서 찍으셨던 사진 한 장과
어릴 적부터 집에 많이 있었던
선인장뿐이었습니다.
남산 식물원에 가서 찬찬히 둘러보며
그곳에서 생활하셨던 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이곳에서 아버지는 무엇을 하셨을까.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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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어깨도 지금 나처럼 무거우셨을까.
식물원을 다녀오고 몇 달 사이에
식물원은 문을 닫았습니다.
식물원의 초라한 전시공간으로는
새로 생기는 놀이공간과 경쟁하여
사람들을 불러 모으긴 힘들었겠지요.
화려하지 못하기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결국 문을 닫게 된 식물원과...
화려하지는 않았던
공무원 생활을 식물원에서
조용히 마감하신 아버지는...
그리움과 눈물 속에서
같은 이미지로 다가왔습니다.
세상 사람들을 너무나 잘 믿으셨기에
배신만 당하셨던 아버지
그럼에도 누가 알아주던 말던
이게 내 길이다 하며
고지식하게 걸어가셨던 아버지
식물원에서 만난 나무들.
선인장들.
화려하진 않더라도 푸르름을
진드가니 보여주는 그 모습에서
저는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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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핫셀블라드 500C로 포트라 160NC 필름을 사용해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