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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쉐아르 Dec 31. 2016

공병호 박사의 10년 법칙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은 공병호 작가의 책

아내가 즐겨하는 말이 있다. 처음 만나 식사를 하며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나는 직장을 십 년에 한 번씩 바꾸고 싶다. 앞으로 전진하지 않는 삶은 후퇴하는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일기>를 읽으며 안주를 거부하는 그의 삶에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고 아내는 내가 "보통 남자와는 다른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그 인상이 결혼으로 연결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 말을 실천하겠다 결심한 것은 오랜 후의 일이다. 이 년 정도 전에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라는 각성의 순간이 있었고, 이후 여러 책을 보며 나 자신에게 자극을 주어왔다. 그리고 여러 책을 읽으며 지금의 내 모습은 지난 십여 년간 내가 선택해온 삶의 결과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런 뼈저린 자각이 있고 난 후 십오 년 후의 내 삶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고백으로 이어졌고, 블로그에 글을 쓰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서점에서 보았을 때 "한 발 늦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내가 썼었어야 하는데 벌써 다른 사람이 썼구나. 그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책 속에 나타나는 저자의 고백들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가졌던 생각들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다만 차이점은 그는 모든 것을 던져 실천했다는 거고, 나는 말만으로 그쳤다는 것이다.

"명품인생을 만드는"이라는 부제가 붙은 <10년 법칙>이 말하는 내용은 단순하다. 자기 분야에서 창조적인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10년 정도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10년 법칙은 하워드 가드너가 쓴 <열정과 기질(Creating Mind)>에서 제시된 것으로, 가드너는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엘리엇, 마사 그레이엄, 간디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공병호 박사는 가드너의 10년 법칙을 모티브로 삼아 그 위에 자신의 지식과 철학을 덧붙였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첫 부분에서는 삶에 대한 각성과 도약을 위한 투자를 말하며 왜 10년 법칙이 필요한가를 이야기한다. 두 번째는 10년 법칙이 무엇인가 설명하며 왜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가를 설명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두뇌에 대한 여러 이론들을 사용하는데, 솔직히 이 부분은 별로 맘에 안 든다. 연관이 없는 내용을, 이 부분에 대해 공부했다는 티를 내기 위해, 억지로 가져다 붙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우리 인생에 10년 법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과정별로 설명을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유용한 부분이다. 그리고 성공에 대한 열정을 가지게끔 격려 혹은 도전하는 글로 책을 마무리한다.

10년 법칙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제시되는 원칙들은 다른 자기계발 서적에서 나오는 이야기들과 별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원칙들을 흘려들을 수 있지는 않다. 변하지 않는 중요한 원칙들이기에 이 책 저 책에서 반복해서 강조되는 것이다. 그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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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현실에 대한 불안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각성에서 10년 법칙은 시작을 한다. 더불어 "잘 하고 싶다는" 열정과 의욕이 있어야 한다. 재능과 열정이 동시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회는 '신이 내린 직장'이니 하며 안정된 삶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이 세상에 정말 안정된 것은 없다. 변화에 대비해 자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10년 법칙이 추구하는 목표는 차별화다. 어느 누구도 내가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뛰어나기 위해서는 노력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노력해서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를 수는 있지만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자신이 어느 것을 잘하는지 관찰해야 한다. 자신이 잘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하기 전에는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노력을 집중하는 것과 자신의 재능을 찾는 일은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삶의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이왕 하는 것, 최고가 되기로 결심하라. 이를 위해서는 일을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차피 하는 일이라면 즐길 수 있도록 자신을 설득하라. 왜냐하면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은 나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계속 배워야 한다. 하지만 그냥 배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어느 순간 자신만의 목소리, 의견, 관점을 가져야 한다. 작은 기회라도 놓치지 않는 야무짐과 현재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결단력을 가질 때 10년 법칙을 이룰 수가 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긴 것 같지만, 당신이 앞으로 살아갈 날은 그보다 훨씬 더 길다. 당신의 경험을 점검해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지금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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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는 책이라 금세 읽었다.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그래도 나태해지는 나에게 큰 자극을 주는 책이었다. 이론만 알면 무엇하는가? 실천을 해야지. 

그런데 책을 너무 빨리 썼다는 느낌이 든다. 중복해서 나오는 말도 많고, 오타도 여러 번 등장한다. 한마디로 최선을 다해서 썼다는 생각이 안 든다. 저자는 70권 정도의 저서를 가졌다고 하는데, 이제는 책이 많은 것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설 명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면 한다. 


추가: 이 실망은 이후 그의 행적과 더불어 공 박사의 책을 다시는 읽지 않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2007.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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