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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쉐아르 Feb 03. 2018

GTD 2.0 - #1. 왜 GTD인가?

GTD 2.0 따라잡기

2008년 블로그에 "GTD 따라잡기" 연재를 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GTD를 만든 데이비드 알렌이 쓴 <Making it all work>을 읽고 이 내용을 포함하여 GTD에서 업그레이드된 GTD 2.0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변호사가 되고 여유가 없어지면서 연재는 중단되었습니다. 항상 마음에 빚처럼 남아있었는데 이제 마무리를 하려고, 또한 정돈되지 않은 제 생활도 정리하고자, 브런치에 예전 글을 보완 수정하여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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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정시 퇴근은 포기했습니다. 오늘 내로 보고서를 부장에게 보내야 합니다. 전쟁 치르듯 보고서를 메일로 보내고 나니 책상은 서류로 덮여있네요. 자료 찾느라 들치다 보니 정리는 엄두가 안 납니다. 전철 안에서 며칠 전 받은 운전면허 갱신 통지서가 생각납니다. 책상 어딘가에 있겠지 내일 찾자 하지만 내일도 분명 같은 날의 반복일 겁니다. 고객 전화 한 통이면 아침에 세운 계획이고 뭐고 비상에 빠질 테니까요.


장면 2) 아이들 방 창고에 풀지 않은 박스가 하나 있습니다. 작년에 이사하면서 당장 쓰지 않을 것 같지만 버리긴 아까울 것 같아 창고에 놔뒀는데 벌써 일 년이 되었습니다. 창고를 열고 그 박스를 볼 때마다 정리해야지 하는 마음은 들지만 시간이 안나 놔두고 있었던 거죠. 잊고 살고 싶지만, 창고 근처만 가도 생각이 납니다. "너 저 박스 언제 정리할 거야???" 


익숙한 모습인가요? 잘 정리된 삶을 살고 싶지만 맘은 원이로되 현실은 거리가 좀 있지요. 반면 우리 모두 바라는 모습은 이런 걸 겁니다.  


장면 3) 스마트폰에 알람이 뜨네요. '캐피털 그릴 예약'. 결혼 2주년 기념일이 3주 남았습니다. 비싸서 자주 못 가지만 그 주간에 특별행사를 한다는 걸 듣고 적어놓은 태스크입니다. 식당 웹사이트에 들어가 예약을 하니 다시 업무를 시작할 시간입니다. @직장과 @온라인 두 개의 콘텍스트를 보니 일단 오늘 마무리할 보고서가 보이네요. 한참 작업 중에 부장님 전화가 옵니다. 지난주 마무리한 프로젝트 후속 조치를 내일 아침 이야기하잡니다. 태스크 관리 프로그램을 열어 두 가지 태스크를 적습니다. '프로젝트 프레젠테이션 리뷰하기', '프로젝트 후속 미팅 안건 생각하기'. 두 태스크는 일단 '인박스'리스트에 들어갑니다. 나중에 정리하면서 '넥스트'리스트로 옮기겠지요. 프레젠테이션 파일은 '레퍼런스' 폴더에 저장해 놨기에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리뷰는 퇴근하기 전에 하면 될 것 같고 안건은 퇴근 지하철에서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콘텍스트는 각각 @오프라인과 @어디서나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달력에 미팅을 기록합니다. 그 시간에 옆팀 동료와 만나 지금 하는 프로젝트 관련 미팅이 잡혀있네요. 동료보다 부장이 더 중요하지요. 미팅 시간을 한 시간 늦춥니다. 시간 변경 요청 메일이 갈 겁니다. 알람이 또 뜨네요. 다음 미팅까지 10분 남았네요. 아까 하던 보고서를 다시 시작하자니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그래서 보고서 마지막에 아까 생각하던 내용을 짧게 적고 닫아버립니다. 태스크 리스트를 보니 @온라인에 '사내 강의 신청하기'가 있네요. 인트라넷을 열어 신청하니 5분이 남았습니다. 커피 하나 뽑아서 들어가려고 여유 있게 일어납니다.


매일 퇴근할 때 보면 원래 계획했던 데로 지나간 날이 별로 없습니다. 항상 뭔가가 생기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맨날 불 끄기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고 꾸준히 잘 지킨다면 바쁘지만 세 번째 시나리오처럼 정돈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잘 갖추어져 있으면서 꾸준히 잘 지키게 만들어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말이죠. GTD가 바로 그런 믿을만한 시스템입니다. 


GTD는 Getting Things Done의 약자입니다. 데이비드 알렌이 2001년에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지요. 소개된 지 이미 12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인기는 시들지 않은 듯합니다. 아니 시간이 지나며 더 숙성되었다고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GTD를 사용해 정리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GTD를 사용하는지 살펴보기 전에 먼저 GTD의 기본철학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GTD는 두 가지 중요한 원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억하지 말자"와 "생각은 한 번만 하자." 거의 모든 사람이 마음 한구석에 미뤄놨던 일이 자리를 잡고 앉아 계속 속삭이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중요하지도 않은 일인데, 한번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나서는 자꾸 신경이 쓰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중요한 일인데 그냥 머리 속에 담아두고 정작 생각나야 할 때는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GTD의 기본 주장은 사람의 머리는 기억하기 위함이 아니라 생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기억과 생각이 같은 머리를 나눠서 쓰기에 기억량이 늘어날수록, 생각할 수 있는 여유는 줄어들게 됩니다. 전화번호를 듣고, 어딘가 기록하기 전까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계속 되내어 본 경험이 있는 분은 동감할 겁니다.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한 일"을 데이비드 알렌은 "열린 고리 (Open Loop)"라고 부릅니다. GTD의 첫 번째 원칙은 모든 열린 고리를 머리에서 끄집어내서 외부에 기록하는 것입니다. 열린 고리를 머리 속에 담아 두고 있으면 그만큼 생각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 전화해야 하는데 생각을 하면서, 중요한 미팅에 참가한다고 해보세요. 두 가지 생각이 영향을 주겠지요. 기억하려 애쓰면 생각하기 힘들어집니다. 기억할 건 머리에서 끄집어내 외부 장치에 적어놓으면 온전히 생각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GTD의 두 번째 원칙은 그렇게 꺼낸 "열린 고리"들을 검토하고 정리해서 필요할 때 바로 사용하기 위한 겁니다. 데이비드 알렌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만 생각을 한다"라고요. 기억에 남아 신경 쓰이게 하는 일들을 다 끄집어내고, 계속해서 들이닥치는 새로운 일들을 하나의 상자에 다 몰아넣고는 하나씩 끄집어내어 처리를 합니다. 이건 오늘 해야 돼. 이건 중요하지 않으니 버려. 이건 혹시 모르니 저장해 두자.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콘텍스트를 정합니다. 인터넷 연결이 필요한 일, 집에서 할 일, 아니면 전화를 걸 일. 그렇게 정리를 하면 각 상황별로 해야 할 일을 끄집어내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한 시간 운전을 시작하기 전에 @전화 아니면 @어디서나 콘텍스트를 가진 일들을 봅니다. 운전하면서 전화를 하기도 하고, 구상도 합니다.    


특별하지 않죠? 해야 할 일 다 적고 어떻게 처리할지 정리한 다음, 실행하면 되는 겁니다. 다음번에는 이런 상식적인 시스템을 왜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했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Getting Things Done의 GTD와 Making it All Work의 GTD는 어떻게 다른 지도 소개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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